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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아픈데 엄마가 왜 가?"…이 말에 워킹맘, 둘째 생각 접었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애가 아픈데 왜 엄마가 가야해?” “그집 남편이랑 할머니는 뭐하는데?”

2년 전 아들을 출산한 워킹맘 A씨(35·여)가 직장을 다니면서 “오늘 하루만 아이 때문에 쉬겠다”고 했을 때 상사나 동료에게 숱하게 들었던 말이다. 계약직인 A씨는 출산 두 달 만에 회사로 돌아와 육아 휴직 없이 줄곧 일했다고 한다. 맞벌이 부부인 A씨는 “둘째를 정말 낳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속상해했다.

‘아이 하나만’…첫째아 비중 63% 사상 최고

아기 손. 사진 픽사베이

아기 손. 사진 픽사베이

“아이를 한 명만 낳겠다”는 부부가 늘고 있다. 27일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 중 첫째 아이는 15만6000명으로, 전체 출생아(24만9000명) 가운데 62.7%를 차지했다. 첫째아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처음이다.

첫째아 비중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는 건 아이를 둘 이상 낳는 부부가 그만큼 줄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출생아 중 첫째아는 2021년(14만8000명)보다 5.5%(8000명) 늘었지만 둘째아 비중은 같은 기간 35%에서 30.5%로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가운데 자녀가 1명인 가구의 비중이 2016년 38.8%에서 2021년 40.9%로 늘었다. 그러는 사이 2자녀 가구의 비중은 50.7%에서 48.9%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자녀를 2명 이상 낳지 않는 배경에는 우선 엄마의 출산 연령이 오른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기준 첫째아를 낳는 여성의 평균 연령은 32.6세로 1년 전보다 0.3세 올라갔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만혼 추세로 출산하는 평균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아이를 출산한 40대 한모씨는 “산후조리원에 35세 이상 산모가 대부분이었고 40대 산모도 적지 않았다. 나이가 적지 않은 만큼 아이를 더 낳는 게 부담된다”고 말했다.

“둘째는 언감생심”이라는 30대 부부들 

1월 1일 0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차병원에서 태어난 쌍둥이가 아빠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 1일 0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차병원에서 태어난 쌍둥이가 아빠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만 낳겠다”는 젊은 부부들은 육아에 대한 고충이나 육아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도 호소한다. 맘 카페 등에서는 “워킹맘인데 둘째 가능하냐” “둘째를 낳고 싶지만, 워킹맘이라 도전 하지 못하는 현실” 같은 ‘둘째 고민’ 글이 잇따르고 있다.

2021년 첫 아이를 출산한 30대 B씨는 지난해 육아 휴직 중 “언제 돌아올 거냐” “회사 상황은 이렇다” 등과 같은 상사의 연락을 꾸준히 받았다고 한다. B씨는 “내 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부담 때문에 예정보다 빨리 복직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가 이날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45.2%가 육아 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고 답했다. B씨는 “복직에 대한 부담을 겪어보니 일과 가정 양립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둘째는 언감생심”이라고 한숨 쉬었다.

30대 직장인 한모씨는 지난해 복직 후 둘째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한씨는 “양가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는데 등·하원 도우미부터 베이비시터(아이 돌보미)까지 육아의 모든 것에 돈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각오한 일이지만 상상 이상으로 돈이 많이 나간다”라며 “시터를 찾기도 힘들고 애를 낳고 키울 때 국가의 실질적인 지원이 너무 적다”고 덧붙였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생아 중 첫째 아이 비중이 늘어났다는 건 둘째 이상은 낳기 어려워졌다는 현실적인 내막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녀를 한 명에서 멈춘다는 것은 저출산 문제 중 하나로, 청년·주택 문제 등 여러 사회적인 문제와 함께 맞물려 있으니 정부 차원의 거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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