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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그날 우크라에 갔나…日기시다의 야심, 중국은 불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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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아시아 라이벌'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외교적 결투'를 벌였다."
지난 21일 기시다 총리의 전격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외신에선 이런 평가를 내놨다. 이날은 러시아를 찾은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날이었다.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광폭 외교'를 펼치고 있는 기시다 총리. 중국이 이런 기시다 총리의 행보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26일(현지시간)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외곽 부차를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 부차는 우크라이나의 많은 민간인들이 러시아군에 의해 희생당한 곳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외곽 부차를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 부차는 우크라이나의 많은 민간인들이 러시아군에 의해 희생당한 곳이다. 로이터=연합뉴스

中 때리는 기시다..."야심 보여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의 이같은 외교적 행동주의의 주요 동력은 바로 최근 몇달 간 지역 세력의 전략적 재편성 과정에서 크게 부각된 중국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는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이 중국에 초점을 맞춰 외교적 활동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재편성을 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도록 한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외교적 존재감을 키우고, 중·러가 밀착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 활동에 나섰다는 의미다.

지난 20일 인도를 방문한 기시다 총리(오른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일 인도를 방문한 기시다 총리(오른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인도를 찾아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중·러 정상회담 당일에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다. 또 27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책임감 있는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스인훙(时殷弘) 인민대 교수는 "당초 기시다 총리는 중국 정부에 대중 온건파로 인식됐으나 중국으로부터의 인지된 위협을 막으려는 노력 속에서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을 비롯해 구체적이며 때로는 공격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또 "기시다 총리의 이런 행보는 서방과 중국 사이의 불화가 깊어지는 가운데 서방 동맹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일본의 야심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불편한 속내 드러내는 中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외교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기시다 총리는 G7 의장국의 지위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G7 의장국 자격으로 정상회의에 참석할 초청국을 정할 수 있는 일본은 한국·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의 정상들을 초청했다.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화상을 통해 참여하기로 했다.

류장융(劉江永) 칭화대 현대국제관계연구소 부소장은 "기시다 총리가 중국에 대항한 연합 구축이란 자신의 외교 정책에 대한 지지를 규합하기 위해 G7 의장국의 지위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총리가 대중 견제 수위를 높이자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계기로 일본과 우크라이나는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동·남중국해의 현상을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에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고, 대만해협의 평화 안정,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중국 일각에선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 내일은 서태평양과 동중국해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일본이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기 바란다. 그 반대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우크라이나의 오늘이 대만의 내일이란 기시다의 주장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기시다, 지지율 반등  

25일 일본에선 기시다 총리가 2월 말 귀국한 쿵쉬안유(孔鉉佑) 전 주일 중국대사의 이임 인사를 거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미·중 관계 악화로 껄끄러워진 중·일 관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SCMP는 중국을 특히 불안하게 만드는 건 일본과 인도의 밀착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양국 정상이 지난 20일 정상회담을 열고 에너지·식량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인도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선 일본과 이해 관계를 공유한다고 전했다. 인도는 중국과 오랜 기간 국경 분쟁 중이며 일본·미국·호주와 함께 4개국 안보 협의체 '쿼드(Quad)'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폭 외교 행보의 영향으로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반등하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48%로, 지난 2월 조사 때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4%에 그쳤는데,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지지하지 않는다를 넘어선 건 7개월만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일본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우크라이나 방문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반등 배경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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