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이승만’이라는 이데올로기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대통령 탄신 제148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3.26/뉴스1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대통령 탄신 제148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3.26/뉴스1

1. 윤석열 정부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26일 ‘이승만 전대통령 탄생 148주년’기념식에서 ‘건국대통령이 역사의 패륜아로 낙인 찍혀 오랜 시간 음지에서 신음했다. 업적을 재조명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했습니다.

2. 보수우파의 ‘이승만 명예회복’의지는 진지합니다.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정치성향에 따라 극적으로 갈립니다. 박민식 표현 그대로입니다. 보수우파는 ‘건국대통령’이라 칭송합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같은. 반면 진보좌파는 ‘역사의 패륜아’로 봅니다. 친미ㆍ친일의 부끄러운 현대사를 만든 독재자라 생각합니다.

3. 이승만 전대통령은 보수우파 이데올로기의 상징과 같습니다.
정치인 이승만의 출발점은 1895년 배재학당 입학입니다. 영어 배우러간 선교사 학교에서 기독교와 자유를 배웠습니다.
‘(배제학당에서) 영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배웠는데, 그것은 정치적 자유에 대한 사상이었다. 기독교 국가 시민들은 통치자의 억압으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전 처음으로 들은 나의 가슴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던지 상상할 수가 있을 것이다.’(이승만 수기 1912년)

4. 해방공간은 이승만과 운명적으로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승만은 미국ㆍ기독교ㆍ자유를 연구한 국제정치학 박사이자 해외독립운동 명망가였습니다. 한반도의 남쪽에 진주한 나라는 미국이며, 냉전에 직면한 미국은 보수우파 정치인을 원했습니다. 이승만은 한국 정치인 가운데 영어를 가장 잘 했고, 국제정치정세에 가장 해박했습니다.

5. 이승만은 어수선한 해방정국에서 강력한 권력을 구축합니다.
권력분산형 내각제였던 제헌헌법을 강력한 대통령제로 바꾸었습니다. 집권까지 연대했던 보수기득권 세력(한민당]을 팽개치고 측근 정당(자유당)을 새로 만듭니다. 친일파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험 많은 식민지 관료들을 중용합니다.

6.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합니다.
집권연장을 위한 편볍과 불법은 결국 1960년 3ㆍ15부정선거에 이르렀습니다. 85세에 4번째 대통령은 지나친 노욕이었습니다. 이승만은 역사의 음지에 묻혔습니다.

7. 보수우파 윤석열 정부에서 ‘이승만 명예회복’을 꾀하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보훈처장은 이승만의 공과에 대해 ‘공8 과2’를 언급했습니다. 8대2 평가와는 별개로 ‘초대 대통령 기념관’이 필요하다는 점엔 동의합니다. 이승만을 정치 이데올로기에서 해방시켜 객관적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기념관을 기대해 봅니다.
〈칼럼니스트〉
2023.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