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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안나의 행복한 북카페

손오공의 미션 임파서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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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안나 성형외과 의사. 한강 명소 북카페 스타일 서점 ‘채그로’ 및 북클럽 운영자.

이안나 성형외과 의사. 한강 명소 북카페 스타일 서점 ‘채그로’ 및 북클럽 운영자.

영화 ‘어벤져스(avengers)’는 ‘복수자들’이란 본뜻을 떠나 ‘최강능력자팀’의 의미로 쓰인다. 시간여행을 1500년전 동양으로 맞추면, 세상의 모든 위험을 물리치고 옥황상제와도 맞짱 뜨는 어벤져스가 있었으니 바로 『서유기』의 손오공 팀이다.

만화 ‘날아라 수퍼보드’의 손오공은 말썽꾸러기 문제아지만, 원작 속 손오공은 세상의 모든 도를 익혀 통달한 의지 만랩의 영웅이다. 서양 문학의 근원으로 꼽히는 『길가메시 서사시』나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영웅의 여정이란 점은 같지만, 스펙터클의 스케일에서 급이 다르다.

『서유기』는 서기 650년 당나라 현장법사의 실제 인도 여행기인 『대당서역기』에 900년 동안 보태어진 이야기를 1550년경 명나라 말 학자 오승은이 100편의 에피소드로 편찬한 책이다.

행복한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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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서 태어난 ‘원숭이의 왕’ 손오공은 어느 날 삶과 죽음을 초월한 불멸불사 진리를 찾아 떠난다. ‘공(진리)을 깨달으라’는 뜻에서 ‘오공(悟空)’이란 법명도 받았고, 수많은 요괴들과 기상천외한 대결을 지혜와 용기로 하나하나 이겨낸다. 은근 겁 많고 속 좁은 삼장법사, 용기백배 솔직한 저팔계, 우직하고 과묵한 사오정, 그리고 용이 변신한 백마. 이들이 손오공 팀이다. 이들은 삶의 수많은 위기와 부조리를 상상초월 판타지로 물리치는데, 그 근본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가 수많은 상징체계로 숨어있다.

당시 서역을 간다는 것은 약 140개국을 통과해야 하는 일이었다. 팍스 몽골리아 시대 원나라가 통치하는 거대 단일제국을 일주한 마르코 폴로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미션 임파서블을 『서유기』의 어벤져스가 해냈다.

손오공이 날아다니는 하룻밤 10만8000리는 우리 마음속 불안이다. 끊임없이 널뛰는 그 마음을 잠재워야 비로소 상황을 바로 볼 수 있다. 손오공이 81가지 고난을 무사히 통과하고 진리를 찾을 수 있을까. 어린이 요약본이 아닌 중국어 완전번역본을 추천한다.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