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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일의 기적…포항제철소 쇳물 다시 콸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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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23일 포항제철소 고로가 지난해 수해를 딛고 정상 가동되는 모습. [사진 포스코그룹]

지난 23일 포항제철소 고로가 지난해 수해를 딛고 정상 가동되는 모습. [사진 포스코그룹]

1973년 경북 포항에서 첫 쇳물을 쏟아낸 포항제철소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해 큰 침수 피해를 겪었다. 포항제철소 제1고로는 대일(對日) 청구권 자금으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건설한 한국 철강 역사의 뿌리다. 포스코는 지난 23일 공장 내부를 국내외 취재진에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포항제철소가 완전 정상화한 지난 1월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임직원과 소방대원, 해병대까지 연인원 140만 명이 밤낮없이 복구에 매달린 끝에 135일 만에 완전 정상화를 일궈낸 과정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 본사 1층에 전시했고, 침수 복구 주역들이 행사장에 등장해 소감을 발표했다. 이들이 눈물을 참지 못해 행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현철 포항제철소 열연부 2열연공장 파트장은 “첫 제품이 무사히 잘 나와서 눈물이 났다”며 “직원들과 만세를 몇 번 부르고, 밖으로 나와서도 혼자 울먹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여의도 세 배 넓이에 달하는 포항제철소 전체가 침수되는데 3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빗물은 공장 1.5m 높이까지 차올랐다. 창사 54년 만에 처음으로 쇳물 생산을 멈췄다. 쇳물 찌꺼기를 담던 용기는 침수 당시 공장 전체에 가득 찬 흙탕물을 퍼내는 데 사용돼야 했다. 소방청으로부터 지원받은 방사포까지 동원해 고인 물을 빼냈다.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약 1480만t의 제품 중 33% 수준인 500만t을 생산하는 핵심인 2열연공장도 모두 물에 잠겼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2열연공장에서는 침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포스코는 냉천 범람 발생 시 유입수를 대량 차단하는 차수벽을 공장 외곽에 설치하고 있다.

피해 상황을 후대에도 알리기 위해 침수 높이였던 1.5m에 맞춰 공장 로비 벽에 간판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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