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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모든 국가에 맞는 만능 에너지믹스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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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만능 해법은 없다’는 의미의 ‘There is no one-size-fits-all’ 이란 표현이 있다. 이는 에너지 정책에도 적용된다. 국가별로 다른 자연환경과 기술 여건 등을 고려해 각국은 최적의 포트폴리오로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좋은 예다. 두 국가는 전력망도 연결된 인접 국가지만 전기를 만드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재생에너지 선도국인 독일은 발전량의 40%를 태양광, 풍력 위주의 재생에너지로 만든다. 반면 프랑스는 전기의 70%를 원전으로 발전한다. 기후변화 대응 방법도 다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고, 프랑스는 신규 원전을 건설 중이다.

우리도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여건을 냉정히 짚어봐야 한다.

첫째, 우리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열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평균 30%를 재생에너지로 만든다. 이 중 16%가 수력·바이오다. 반면 우리는 수력·바이오가 2%에도 못 미치고, 잠재량도 부족하다. 결국 우리는 비싼 태양광, 풍력 위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태양광은 국토가 넓을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우리 국토면적은 독일, 프랑스, 일본의 3분의 1도 안 된다. 또한, 63%가 태양광 설치가 어려운 산지라서 우리의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한편 국토는 작으나 전력소비는 OECD 국가 중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셋째, 우리는 계통 측면에서 독립된 섬이다. 갑자기 흐려져 태양광 발전이 안 될 때 독일은 인접 국가에서 전력을 받아오지만, 우리는 가스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항시 대기해야 한다. 결국 높은 비용이 수반된다.

우리의 자연조건은 매우 불리하나, 우리가 가진 강점도 있다. 차세대 노형인 APR1400 독자 개발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등 세계 최고의 원전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경쟁 우위의 기술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의 높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독일은 전기요금이 프랑스의 1.6배, 우리보다 3배 높다. 비싼 재생에너지를 확대할수록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에도 우리는 신재생에너지를 2021년 7.5%에서 2030년 21.6%, 2036년 30.2%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표면적인 재생에너지 비중만으로 우리의 에너지 믹스를 낮게 평가한다. 그러나 막연히 재생에너지 환상론 같은 당위론적 접근은 안 된다. 우리의 여건을 치밀하게 분석해 우리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현실적인 접근을 더 고민해야 한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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