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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스마트팜 기술과 인공지능 시대…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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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기고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 원장

2016년 3월 AI 분야에 ‘세기의 승부’라고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가 마주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간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4승 1패를 거둔 AI의 승리였다. 당시로써는 충격적이었고 AI가 만들 미래산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다.

그리고 정확하게 7년이 지난 2023년 3월 GTP-4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논문, 번역, 작사, 작곡, 코딩 작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업무 수행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AI와는 확연히 다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민 3명 가운데 1명이 GPT 사용 경험이 있으며, 내용의 신뢰도 조사에서는 신뢰 27.4%, 보통 62.1%, 부정 10.5% 각각 나타났다. 사용자의 90%가 보통이상의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금 당장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들려주는 환각현상과 추론오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윤리적 문제, 정보전달의 편향성 등이 남아있다. 이 또한 기능 개선과 시행착오를 통해 좋아지겠지만, 인간에게는 또 하나의 큰 숙제가 생겼다. 질문만 하면 답이 나오는 시대에 ‘문해력 역량’은 필요 없어진 게 아니라 더욱 중요해졌다. 수많은 정보에서 참과 거짓을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언제나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왔다. 그 변화의 방향과 수준은 인간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기술을 수용하는 사회의 특성에 따라 달라졌다. 네덜란드에는 인공지능과 농업을 접목한 이색적인 대회가 있다. 와게닝겐대학이 주최하는 ‘세계농업 인공지능 대회’가 2년 간격으로 열린다. 대회 운영방식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모티브로, 인공지능과 사람 중 누가 더 농작물을 잘 키우는지를 겨룬다. 결과는 재배한 작물을 시장에 팔았을 때 이윤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대회 우승팀에게는 상금도 없지만, 매년 굴지의 AI 연구그룹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스마트팜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고 한국형 스마트팜 시장을 선도하는 팜에이트라는 기업이 있다. 지하철 역사 내 설치된 실내 수직농장, 남극세종기지에 설치된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이 있다. 식물이 자라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던 공간에 초록빛 식물을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계절과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언제 어느 때나 동일한 품질의 채소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은 인공지능 연구자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첫째 인류 역사의 시작인 채집과 수렵의 시대를 거쳐 탄생한 농업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둘째 기상이변으로 인해 농사짓기가 갈수록 어려워질수록 농업의 부가가치는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셋째 인공지능과 함께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하여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 IT 강국이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확립·축적되어 온 지식과 데이터를 계속해서 학습한 인공지능 기술도 집약되어 있다. 많은 청년들이 농업을 새롭게 바라보고 도전의 가치로 삼는다면, 기후변화 속에서도 애그테크(농업과 기술의 합성어) 분야는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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