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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민박 할 때도, 크라임씬4 만들어달라 팬들 댓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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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7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윤현준 스튜디오슬램 대표. 1997년 KBS에서 예능PD로 첫발을 뗀 그는 JTBCㆍ스튜디오슬램을 거치며 숨겨진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프로그램 ‘슈가맨’ ‘싱어게인’ ‘피크타임’ 등을 만들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7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윤현준 스튜디오슬램 대표. 1997년 KBS에서 예능PD로 첫발을 뗀 그는 JTBCㆍ스튜디오슬램을 거치며 숨겨진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프로그램 ‘슈가맨’ ‘싱어게인’ ‘피크타임’ 등을 만들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17년 JTBC 추리예능 프로그램 ‘크라임씬 시즌3’ 종영을 앞두고, 온라인에선 다음 시즌을 만들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하지만 6년 동안 소식은 없었다. 간절한 바람은 결국 이뤄지는 것일까.

SLL 산하 예능제작사 스튜디오슬램의 윤현준(52) 대표가 ‘크라임씬 시즌4’ 제작 기획을 시작했다.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윤 대표는 “그간 프로그램 팬들의 꾸준한 제작 요청이 늘 신경 쓰이고 마음에 남았다”고 말했다.

윤 대표에게 ‘크라임씬’은 그다지 좋은 성적을 안겨준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는 “제가 한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정말 안 나온 프로그램”이라며 “하지만 신기하게도 프로그램 종영 후 마니아들이 정말 많아졌다. 이후 ‘효리네민박’ ‘싱어게인’ 등 다른 예능프로그램을 할 때도 관련 기사 댓글엔 어김없이 ‘크라임씬 만들어주세요’라는 댓글이 달리곤 했다”고 말했다. 뉴욕 TV·필름 페스티벌 본상(2018, 크라임씬3), 휴스턴국제영상영화제 TV엔터테인먼트 경쟁부문 금상(2016, 크라임씬2) 등 해외 시상식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선뜻 제작에 나서긴 어려웠다. 범죄추리물이다 보니 한 번 만들려면 기획에만 몇 달 이상을 쏟아야 했다. 그는 “‘(다음 시즌 제작은) 사정상 어렵다’는 말을 줄곧 해왔었는데 그동안 방송 환경이 많이 바뀌더라”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생기면서 ‘크라임씬’을 해보고 싶다고 여러 플랫폼에서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티빙에서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방영하는 것이 목표로 직접 메가폰을 잡고 ‘크라임씬 시즌4’ 연출을 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최근 추리 예능 프로그램 ‘크라임 씬’ 시즌4 기획에 들어갔다. [사진 JTBC]

윤 대표는 최근 추리 예능 프로그램 ‘크라임 씬’ 시즌4 기획에 들어갔다. [사진 JTBC]

달라진 방송 환경만큼 그의 소속에도 변화가 많았다. 2011년 KBS에서 JTBC로 소속을 옮겨 CP(책임프로듀서)로 활동한 윤 대표는 3년 전부터 스튜디오슬램을 이끌고 있다. ‘싱어게인’ 시리즈(JTBC), ‘테이크원’(넷플릭스), ‘보물찾기’(티빙)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슬램은 올해 신규 PD 모집에서 350여 명이 지원,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윤 대표는 “방송국에 몸 담았을 땐 내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것이 전부였지만, 제작사 대표가 되니 회사 경영 등 좀 더 거시적으로 봐야 하더라”면서도 “결국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경영 측면은 따라오는 것이라 크게 동떨어지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표 특기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것이다. 2015년 시작해 시즌3까지 이어진 ‘투유 프로젝트-슈가맨’(JTBC)은 가요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들을 찾아내 무대에 세웠다. 그가 KBS ‘해피투게더’ 연출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유재석의 첫 종편 프로그램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무명가수전’ 시리즈에선 단 한 장이라도 앨범을 낸 경험이 있는 가수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벌였다. 이승윤·이무진 등 숨겨진 원석을 찾아내며 인기를 끌었고, 올해 하반기 시즌3 방송을 앞두고 진행한 참가자 모집에도 많은 이들이 몰렸다. 현재 방영 중인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크타임’ 역시 아직 전성기를 맞이하지 못한 ‘무명’에 주목했다. 데뷔 경험이 있는 아이돌 팀이 대상이다. 3월 3주차 화제성 조사(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TV부문 비드라마와 드라마를 통틀어 종합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몰이 중이다.

윤 대표는 ‘피크타임’에 대해 “K팝 강국인 우리나라에는 해외에서 주목 받는 아이돌 외에도 무명이지만 실력은 뛰어나 조금만 지원해주면 잘 될 것 같은 아이돌들이 많이 있다”면서 “모든 현상엔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인데, 우리는 빛보다 그림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그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천착하는 것은 ‘다름’이다. 윤 대표는 “요즘 잘 나가는 것을 살짝 바꿔서 내놓는 식의 제작을 가장 경계한다”고 했다. 시류에 휩쓸려 아류작을 만들며 적당히 타협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트로트가 대세인데 왜 트로트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있지만, ‘다른 것’ ‘새로운 것’을 해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배 PD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포인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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