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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자동화 역사…챗GPT 시대에도 일자리 결국 늘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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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책에서 장 교수는 음식 으로 경제 얘기를 펼친다. [연합뉴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책에서 장 교수는 음식 으로 경제 얘기를 펼친다. [연합뉴스]

“가지에 소금을 뿌려 물을 뺀 다음 볶고, 파스타는 약간 데치고…마늘은 왕창 넣고, 바질 넣고, 토마토 소스 깔고, 치즈는 모짜렐라·파르메산·리코타 등 세 가지를 깔고 오븐에 넣어서…”

가장 잘하는 요리를 물었더니, 장하준(60) 런던대 교수는 가지 파스타의 상세한 조리법으로 답을 했다. 이 석학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이후 10년 만에 펴낸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부키, 원제 Edible Econmics)는 뜻밖에도 군침부터 돋우는 내용이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마늘 얘기를 서문 삼아 도토리, 코코넛, 멸치, 국수 등 음식 얘기로 각 장을 시작해 경제 얘기를 펼친다. 고추 얘기가 돌봄 노동으로 이어지는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 그리고 음식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든 세계사적 사건이든 수준급의 잡학다식이 특징이다. 책에서 그는 유학생으로 처음 갔을 때와 달리 영국 음식 문화가 한결 다양해진 것과 대비하며 경제학이 ‘신고전학파’ 단일 메뉴가 되어버린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27일 출판 간담회에서 그는 이 책을 “많은 사람이 관심 있는 음식 얘기를 통해 독자에게 미끼를 던지는 것”으로 설명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게 경제라는 렌즈를 통해 파악되고 경제 논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시민이 어느 정도라도 경제를 이해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의미 없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는 한국과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한 여러 질문도 마다 않고 답했다. 특히 최근 한국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노동’ 개편안에 대해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1970년대라면 몰라도 지금 어떻게 이런 생각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하는 데도 가난한 건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결국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했다.

세금에 대해선 “세금이 낮거나 높은 것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가성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인세 감세가 투자를 늘리고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것은 증거가 없는 얘기”라며 “더 중요한 건, 세금을 경제학적 손익 분석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하면서다.

그는 한국 경제에 가장 제안하고 싶은 방향성 역시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한국처럼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룬 나라에선 그것 말곤 갈 데가 없다”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챗GPT과 같은 인공지능(AI) 발전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역사는 자동화의 역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19세기 초 미국의 방직업에서 자동화로 인해 일거리 98%가 줄었지만 옷값이 싸지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방직 노동자는 오히려 4배가 됐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는 “가장 자주 하는 요리”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제가 참을성이 없어서 매일 바꿔요. 책도 한 번에 서너 권 같이 읽고, 논문도 두세 개를 같이 쓰는 편이라 음식도 한 가지만 하지 않고 자꾸 바꿔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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