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80m의 대관람차 ‘서울링’에 올라 전경을 즐기고, 날이 더우면 부유(浮遊)식 수영장에 몸을 담근다. 주말엔 여의도 제2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본 뒤 석양으로 물든 강을 가로지르는 곤돌라에 탑승한다. 상암에서 잠실까지 오가는 수상 버스로 출퇴근하는 모습과 여의도 국제여객터미널에 유람선을 탄 관광객이 오는 모습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지난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현실화했을 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는 2007년 오 시장이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증보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오 시장의 9박 11일간 해외 출장도 이 프로젝트 관련 벤치마킹에 초점이 모였다. 영국 런던, 아일랜드 더블린, 독일 함부르크 등 서울처럼 강이나 만(灣)을 끼고 있는 도시를 찾았다.
오세훈 “제 성에 차지는 않는 속도”
사업 주제는 다양하지만, 한결같이 속도를 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부분 4~5년 내 완공 내지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링과 같은 초대형 설치물도 2027년 완공이 목표다. 지난 20일 현지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급하게 진행하는 것 아닌가”란 질문에 오 시장은 “제 성에 차지 않는 속도”라며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것도 부족하다”고 답했다. 여론과 여건·재정만 갖춰진다면 한강 개발을 지금보다 더 크고, 넓고, 속도감 있게 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느냔 질문에 오 시장은 “절차를 우회해서 빨리 (추진)하는 길은 택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사업 규모도 크다. 서울링이 들어설 마포구 월드컵공원(하늘공원) 일대 개발엔 대관람차를 제외하더라도 700억원이 들 전망이다. 민간투자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관람차는 예상 사업비가 4000억원에 이른다. 부유식 수영장을 포함한 ‘한강 아트피어’ 조성은 약 300억원대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빛섬 한풀이하듯…의지 강한 吳
오 시장 한강 개발 의지는 집착이라 할 정도로 강하다. 그는 15년 전 자신이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후임이자 전임인 고(故) 박원순 시장 시절 “무화(無化)됐다"고 했다. 특히 오 시장은 서초구 ‘세빛섬(옛 세빛둥둥섬)’을 두고 “그 예쁜 빛을 꺼 버리고 깜깜하게 3년 동안 놔뒀다”며 “아주 잔인하고, 냉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강 르네상스 핵심으로 평가받던 세빛섬은 박원순 전 시장이 ‘전면 재검토’ 하면서 준공한 지 3년이 흐른 2014년 문을 열었다.
발표 먼저하다 보니 숙제는 산적해
하지만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풀어야 할 숙제가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우선 인허가나 설계 공모, 투자 유치 등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 있는 사업이 적잖다. 경제성과 안전성, 실현 가능성, 환경 보존 등 검증도 남아 있어 언제 ‘첫 삽’을 뜰지 알 수 없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식 발표에만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는 “이런 계획은 한강을 시민에게 돌려준단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각 사업과) 치수 등 여러 문제와 조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임기 중 사업을 모두 추진한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차분하게 논리를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