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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링·수영장·유람선 한꺼번에?…오세훈의 '한강 한풀이'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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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180m의 대관람차 ‘서울링’에 올라 전경을 즐기고, 날이 더우면 부유(浮遊)식 수영장에 몸을 담근다. 주말엔 여의도 제2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본 뒤 석양으로 물든 강을 가로지르는 곤돌라에 탑승한다. 상암에서 잠실까지 오가는 수상 버스로 출퇴근하는 모습과 여의도 국제여객터미널에 유람선을 탄 관광객이 오는 모습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지난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현실화했을 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는 2007년 오 시장이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증보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오 시장의 9박 11일간 해외 출장도 이 프로젝트 관련 벤치마킹에 초점이 모였다. 영국 런던, 아일랜드 더블린, 독일 함부르크 등 서울처럼 강이나 만(灣)을 끼고 있는 도시를 찾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대관람차 '런던아이'에 탑승해 도시 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대관람차 '런던아이'에 탑승해 도시 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오세훈 “제 성에 차지는 않는 속도”

사업 주제는 다양하지만, 한결같이 속도를 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부분 4~5년 내 완공 내지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링과 같은 초대형 설치물도 2027년 완공이 목표다. 지난 20일 현지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급하게 진행하는 것 아닌가”란 질문에 오 시장은 “제 성에 차지 않는 속도”라며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것도 부족하다”고 답했다. 여론과 여건·재정만 갖춰진다면 한강 개발을 지금보다 더 크고, 넓고, 속도감 있게 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느냔 질문에 오 시장은 “절차를 우회해서 빨리 (추진)하는 길은 택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사업 규모도 크다. 서울링이 들어설 마포구 월드컵공원(하늘공원) 일대 개발엔 대관람차를 제외하더라도 700억원이 들 전망이다. 민간투자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관람차는 예상 사업비가 4000억원에 이른다. 부유식 수영장을 포함한 ‘한강 아트피어’ 조성은 약 300억원대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의 문화예술시설인 '엘프필하모니'로 이동하는 수상버스에 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의 문화예술시설인 '엘프필하모니'로 이동하는 수상버스에 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세빛섬 한풀이하듯…의지 강한 吳

오 시장 한강 개발 의지는 집착이라 할 정도로 강하다. 그는 15년 전 자신이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후임이자 전임인 고(故) 박원순 시장 시절 “무화(無化)됐다"고 했다. 특히 오 시장은 서초구 ‘세빛섬(옛 세빛둥둥섬)’을 두고 “그 예쁜 빛을 꺼 버리고 깜깜하게 3년 동안 놔뒀다”며 “아주 잔인하고, 냉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강 르네상스 핵심으로 평가받던 세빛섬은 박원순 전 시장이 ‘전면 재검토’ 하면서 준공한 지 3년이 흐른 2014년 문을 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서울시청에서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 2.0 프로젝트)'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대관람차 '서울링(Seoul Ring)'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서울시청에서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 2.0 프로젝트)'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대관람차 '서울링(Seoul Ring)'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표 먼저하다 보니 숙제는 산적해

하지만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풀어야 할 숙제가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우선 인허가나 설계 공모, 투자 유치 등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 있는 사업이 적잖다. 경제성과 안전성, 실현 가능성, 환경 보존 등 검증도 남아 있어 언제 ‘첫 삽’을 뜰지 알 수 없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식 발표에만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는 “이런 계획은 한강을 시민에게 돌려준단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각 사업과) 치수 등 여러 문제와 조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임기 중 사업을 모두 추진한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차분하게 논리를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도시가 강을 살리고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 같은 세계적인 도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계획을 한꺼번에 내놓다보니 실현 가능까지 의심받는 건 문제가 있다. '과유불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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