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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많이 해도 가난한 나라, 왜 일까" 주69시간제 때린 장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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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지에 소금을 뿌려서 물을 뺀 다음에 볶고, 파스타는 약간 데치고....마늘은 왕창 넣고, 바질 넣고, 토마토 소스 깔고, 치즈는 모짜렐라·파르메잔·리코타 등 세 가지를 깔고 오븐에 넣어서…."

10년만의 신간 '경제학 레시피' 발간 #도토리, 멸치 등 음식으로 경제 얘기 #세금 낮으면 좋다고? '가성비' 봐야 #가장 자주 하는 요리? 매일 바뀌어

 가장 잘하는 요리를 물었더니, 장하준(60) 런던대 교수는 이런 상세한 조리법으로 답을 했다.

 이 세계적 석학이『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이후 10년 만에 펴낸 신간『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부키, 원제 Edible Econmics)는 뜻밖에도 군침부터 돋우는 내용이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마늘 얘기를 서문 삼아 도토리, 코코넛, 멸치, 국수 등 음식 얘기로 각 장을 시작해 경제 얘기를 펼친다. 음식의 경제사는 아니다. 고추 얘기가 돌봄 노동 얘기로 이어지는 등 쉬운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 그리고 음식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든 세계사적 사건이든 수준급의 잡학다식이 특징이다. 책에서 그는 유학생으로 처음 갔을 때와 달리 최근 영국의 음식 문화가 한결 다양해진 것과 대비하며 경제학은 '신고전학파 경제학' 단일 메뉴가 되어버린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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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에 맞춰 27일 서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이 책을 "많은 사람이 관심 있는 음식 얘기를 통해 독자에게 미끼를 던지는 것"으로 설명했다. "나름대로 언론 기고도 하고, 대중을 위한 경제서도 쓰면서 갈수록 '경제 문맹 퇴치'가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게 경제라는 렌즈를 통해 파악되고 다 경제 논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죠. 모든 시민이 어느 정도라도 경제를 이해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의미 없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그는 한국과 전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한 여러 질문도 마다 않고 답했다. 특히 최근 한국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노동' 개편안 대해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1970년대라면 몰라도 지금 어떻게 이런 생각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하는 데도 가난한 것은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결국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방법들을 강조했다.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한 장하준 교수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3.27   scap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한 장하준 교수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3.27 scap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금에 대해서는 "세금이 낮거나 높은 것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가성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인세 감세가 투자를 늘리고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것은 증거가 없는 얘기"라며 "더 중요한 건, 세금을 경제학적 손익분석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하면서다. 그는 "법인세율이 낮은 게 좋다면 법인세율이 10%인 남미 파라과이 같은 나라에 전 세계 기업이 모두 갈 것"이라며 사회간접자본, 치안, 노동자 교육, 복지 제도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세금을 걷어가는 만큼 서비스를 해주느냐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서는 한국에 대해 "굉장히 줄타기를 잘해야 하고, 일본이 추구하는 동아시아 한·미·일 공조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국제경제에서 처한 위치가 다르다"면서다. 특히 미국이 보호무역을 옹호했던 역사 등을 언급하며 "실용주의"적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가장 제안하고 싶은 경제 방향성 역시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한국처럼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에선 그것 말곤 갈 데가 없다"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챗GPT 등 인공지능의 활약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의 역사는 자동화의 역사"라면서 상대적으로 낙관론을 폈다.

 "가장 잘하는 요리"와 달리 그는 "가장 자주 하는 요리"에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제가 참을성이 없어서 매일 바꿔요. 책도 한 번에 서너 권 같이 읽고, 논문도 두세 개를 같이 쓰는 편이라 음식도 한 가지만 하지 않고 자꾸 바꿔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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