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진 꼭 버려주세요” 지옥서도 아이들 챙긴 엄마

  • 카드 발행 일시2023.03.28

수년 전 범죄 피해 현장 청소 지원을 위해 다녀왔던 현장의 이야기다.

마침 현장 검증이 진행된 날. 내가 도착했을 때 포승줄에 묶인 가해자가 현장 검증을 끝내고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40대 초반가량으로 보이는 여자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편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힐끔 곁눈질하면서도 나는 장비들을 챙기며 일에만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때까지는 현장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때 갑자기 시간이 멈춰버린 듯 모든 소리가 잦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현장을 빠져나오던 여자가 내 쪽으로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마음을 정한 듯 곧 말을 건넸다.

“아이들이 살아야 할 곳이에요. 2층에 아이들 아빠의 사진이 있습니다. 꼭 버려 주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게 깨끗이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편안해 보였던 여자의 얼굴은 이내 어두워졌고, 한없이 슬퍼 보였다. 그녀는 그렇게 뒤돌아서서 멀어져갔다.

현장은 오래된 주택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나서야 사건의 경위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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