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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돈 맡기겠나" 지난해 금융회사 금전 사고 1100억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금융회사의 배임, 횡령 등 금전 사고액이 지난해 11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연말 역대급 실적으로 금융권의 고액 성과급 지급이 논란이 됐지만 정작 내부 관리는 부실했던 것이다.

지난해 4월 상식적으로 자금 관리 체계가 가장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 이례적으로 600억원대의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상식적으로 자금 관리 체계가 가장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 이례적으로 600억원대의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27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회사의 금전 사고는 49건으로 총 1098억2000만원이었다.

유형별로 나누면 횡령 유용이 30건에 814억2000만원, 배임이 5건에 243억6000만원, 사기가 12건에 38억7000만원, 도난이 2건에 1억1000만원이었다.

업권별 금전사고를 보면 은행이 28건에 897억6000만원으로 건수나 금액 면에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사기 3건에 3억 2000만원, 횡령 유용 4건에 3억원의 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은행은 배임 1건에 149억5000만원, 우리은행은 횡령 유용 5건에 701억3000만원의 사고가 났다. 특히 우리은행 횡령건의 경우 직원이 비밀번호와 직인까지 도용해 무단으로 결재 및 출금하는 등 6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횡령했다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증권사는 지난해 총 6건에 100억7000만원 규모 금전사고가 있었다. 하나금융투자가 배임 2건에 88억1000만원, 삼성증권이 사기 2건에 7억9000만원, KB손해보험이 횡령 유용 1건에 6억3000만원, KB국민카드가 횡령 유용 1건에 1000만원의 사고가 발생했다.

저축은행 금전 사고는 6건에 87억1000만원 규모였다. 예가람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이 각각 사기 1건에 6억3000만원과 2억원의 사고를 냈고, 모아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각각 횡령 유용 1건에 58억9천만원, 15억4천만원의 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금전 사고가 끊이지 않자 지난해 내부 통제 혁신 방안을 반영해 은행연합회 모범 규준을 개정했다. 올해 각 은행의 내규에 이를 반영한다.

개정된 규준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앞으로 준법 감시부서 인력 확보·장기 근무자 감축, 명령 휴가·직무 분리·내부고발자 제도의 운용 기준 마련, 사고 취약 업무 프로세스 고도화, 상시 감시·지점 감사 강화 등을 해야 한다.

또 올해 상반기 중으로 경영 실태 평가 시 내부 통제 부문의 평가 비중을 확대하고 은행의 경우 내부 통제를 독립된 평가 항목으로 분리한단 방침이다.

윤창현 의원은 “금융업은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 기반 구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임직원의 일탈이 회사의 신인도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단 한 건의 경미한 사고에도 무관용 대응을 통해 책임 의식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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