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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여행 준비·장보기도 ‘척척’…챗GPT 플러그인, ‘AI판 앱스토어’ 될까

중앙일보

입력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한 번 더 진화한다. 최신 정보에 취약했던 약점을 보완하고, 연결된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용자가 할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챗GPT 플러그인(plug-in)’을 발표한 것. 해외 전문가들은 이를 ‘AI 업계의 앱스토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누구든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해 모바일 생태계의 변혁을 일으켰던 것처럼, 챗GPT 플러그인이 AI 생태계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 숨 가쁘게 발전하는 챗GPT를 지켜보며 국내 기술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무슨 일이야

오픈AI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챗GPT와 특정 웹사이트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챗GPT 플러그인’을 발표했다. 플러그인은 특정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일종의 확장 프로그램이다.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이 언어모델의 눈과 귀가 되어, 가장 최신의 정보, 개인적이거나 구체적인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며 “챗GPT는 플러그인을 통해 실시간 정보 검색을 하고, 이용자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우선 익스피디아(호텔·항공권 예약), 인스타카트(장보기), 스픽(언어공부), 오픈테이블(식당 예약) 등 11개 기업의 플러그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자체 개발한 ‘웹 브라우저(최신 웹 정보 검색)’ 플러그인, ‘코드 인터프리터(데이터 분석·시각화)’ 플러그인을 지원할 예정이다.

어떻게 쓴다는 건데?

플러그인 스토어에 들어가 원하는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챗GPT가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알아서 가져다 쓴다. 가령 이용자가 챗GPT에 “뉴욕 여행 준비 좀 도와줘” 같은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여행에 대한 문답을 나누면, 챗GPT가 익스피디아의 데이터베이스(DB)에 연결해 실제 비행시간과 항공권 가격, 호텔 등을 검색하고 예약도 해준다고. 장보기도 챗GPT에게 맡길 수 있다. 원하는 요리를 말하면 챗GPT가 요리법을 찾은 뒤, 구입 품목을 나열하고 온라인 장바구니에 쏙 넣어준다. 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의 신기빈 CAIO(최고AI책임자)는 “이제 모든 서비스의 시작은 키워드가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형 질문이 될 것이다”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 앱스토어 다음은 플러그인?: 챗GPT는 플러그인을 통해 생성AI 서비스에서 다른 서비스를 연결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챗GPT 플러그인을 AI업계의 앱스토어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앱을 사고파는 신종 온라인 장터의 등장이 모바일 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것처럼, 챗GPT 플러그인도 AI 혁명을 앞당길 정도의 파급력을 지닐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는 “오픈AI 버전의 앱스토어 탄생을 목격했다”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 기즈차이나도 “(오픈AI의) 접근 방식은 아이폰에 도입된 애플의 앱스토어와 유사하다”며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을 제공해 개발자가 자체적으로 기능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약점 줄어든 챗GPT: 챗GPT가 가지고 있던 각종 한계도 플러그인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챗GPT는 2021년 9월 이전의 정보만 학습해 이후의 정보는 대답하지 못한다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수리 능력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챗GPT 플러그인을 활용하면 앞으로는 실시간 정보 검색이 가능해지고 답변 출처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없는 말도 지어내고 우기는 생성AI의 고질적 문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을 어느 정도는 보완할 수 있단 얘기. 오픈AI는 챗GPT와 수학계의 검색엔진 ‘울프럼’을 플러그인으로 연결하게 돼 복잡한 수학 문제도 척척 풀 수 있게 될 거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 출시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소수 개발자를 대상으로 플러그인을 적용하고, 점차 범위를 넓혀갈 예정. 국내에서는 스타트업들이 발 빠르게 ‘플러그인 대기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익명을 원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플러그인 생태계에 들어가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의 김동환 대표는 “챗GPT를 쓴 이용자 수가 1억명을 돌파한 만큼 플러그인의 파급력도 클 것”이라며 “오픈AI가 플러그인을 통해 모든 온라인 시장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건 알아야 해

전 세계 기업들이 플러그인을 만들게 되면, 오픈AI가 생태계를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플러그인이 앱 기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에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 국내 벤처캐피탈(VC) 옐로우독의 유재연 이사는 “챗GPT 안에서는 문장 한 줄이면 모든 것이 직관적으로 해결되는데, 사람들이 굳이 사이트와 앱 하나하나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상품을 최저가로 큐레이팅하면서 이용자를 유인하던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