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니티 없애고 플로깅 키트…특급호텔들 요즘 이런 패키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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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호텔가에서도 ‘그린 스테이(green stay)’가 확산하고 있다. 일회용 샴푸·린스 등을 퇴출시키고, 플로깅(쓰레기 줍기) 활동을 포함하는 숙박 패키지 상품도 등장했다.

최근 특급 호텔에서도 일회용 어메니티(편의용품) 대신 다회용, 대용량 어메니티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롯데호텔

최근 특급 호텔에서도 일회용 어메니티(편의용품) 대신 다회용, 대용량 어메니티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롯데호텔

페트병 재활용 나선 호텔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텔가에는 폐페트병 재활용 바람이 일고 있다. 재활용 가치가 높은 투명 생수병을 따로 수거해 제품으로 만든 뒤, 해당 제품을 활용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는 식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포포인츠바이 쉐라톤 조선은 폐페트병으로 만든 화장품을 포함한 객실 패키지 ‘세이브 더 플래닛’을 오는 6월 30일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역과 명동 두 지점에서 시행하며, 객실에 따라 제품 증정 및 체험이 이뤄진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부터 환경부가 주관하는 자원순환 프로젝트 ‘세이브 더 플래닛 얼라이언스’ 캠페인에 참여, 호텔에서 사용하는 생수 페트병을 무라벨 페트병으로 바꾸고, 별도 분리해 배출하고 있다. 투명 페트병은 CJ대한통운이 따로 회수해, 친환경 뷰티 브랜드 아로마티카의 화장품 용기로 재활용되고 있다.

객실에서 나오는 투명 페트병 쓰레기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포함한 패키지 출시도 활발하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객실에서 나오는 투명 페트병 쓰레기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포함한 패키지 출시도 활발하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와 롤링힐스 호텔은 폐페트병으로 만든 가방을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 ‘체크인 그린 패키지’를 지난 20일 내놓았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제주개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객실에 무라벨 생수를 배치, 사용한 생수병을 따로 수거해 고품질 재생 섬유로 만들고 있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가 이 섬유를 활용해 가방을 만들었다.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체크인 그린 패키지를 이용하는 고객은 여행하며 쓰레기 줍기를 실천할 수 있는 ‘플로깅 키트’도 받을 수 있다. 플로깅은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으로, 키트(도구 세트) 안에는 생분해 비닐봉지·장갑·집게 등이 들어 있다. 또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친환경 여행안내서를 제공하고, 고객의 별도 요청이 없으면 객실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플로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키트 제공에 나서기도 한다. 사진 코오롱리조트앤호텔

여행지에서 플로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키트 제공에 나서기도 한다. 사진 코오롱리조트앤호텔

코오롱리조트앤호텔은 투숙객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을 실천할 수 있는 ‘그린 트래블 위드 코오롱’ 캠페인을 실시한다. 코오롱호텔·마우나오션리조트·씨클라우드호텔 등 전국 6개 리조트 및 호텔에서 진행되는 행사로, 호텔에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의 다회용 샴푸·바디워시·핸드워시 등을 비치하고, 플로깅 키트를 제공하는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대용량 어메니티 자리 잡아

일회용 어메니티(편의용품) 대신 대용량 샴푸·바디워시를 비치하는 호텔도 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객실 50개 이상 숙박업체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일회용 어메니티의 사용으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다.

특히 위생을 강조하는 특급 호텔들도 다회용 어메니티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롯데호텔은 지난 2021년부터 호텔의 일회용 어메니티를 대용량 다회용 디스펜서로 교체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시그니엘과 롯데호텔 서울에도 적용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순차적으로 대용량 디스펜서를 도입하는 중이며, 포시즌스호텔도 현재 대용량 제품을 비치한 상태다. 대용량이지만 사용자가 개봉할 수 없도록 특수 제작된 용기를 사용해 이물질 유입 등의 위험을 차단했다는 설명이다.

대용량 어메니티 대신 종이 포장재로 만든 일회용 어메니티, 고체 치약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칫솔 등의 친환경 제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사진 워커힐호텔

대용량 어메니티 대신 종이 포장재로 만든 일회용 어메니티, 고체 치약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칫솔 등의 친환경 제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사진 워커힐호텔

다만 이 같은 ‘친환경 변신’이 그동안 호텔의 주요 서비스 영역으로 여겨졌던 어메니티 제공, 객실 정비 등을 줄이는 형태라서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비용이 절감되는 만큼 객실료 인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일회용 어메니티 같은 부분을 아쉬워하는 고객의 목소리도 있지만,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동참하겠다는 의견이 더 많다”며 “수거한 폐페트병으로 만든 제품을 제공하는 등 친환경 노력이 고객에게도 장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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