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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죽은 아기들 이 기록 전무…2895명 아기가 방치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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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2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개월 남자아이는 엄마가 사흘간 집을 비운 사이에 변을 당했다. 20대 엄마는 아들이 태어난 뒤 검진이나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 단 한 번도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에 따라 보통의 아기들은 생후 18개월까지 최소 25번의 필수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 데도 숨진 아이의 생전 병원 기록은 없었다.

지난 2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20대 엄마와 숨진 아들 A군(2)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현관 앞. 연합뉴스

지난 2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20대 엄마와 숨진 아들 A군(2)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현관 앞.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대전에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생후 9개월 남자아이는 발견 당시 심각한 영양 결핍 상태였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분유를 토한다”는 이유로 4개월 넘게 쌀미음이나 이온음료만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방치된 아이는 뇌 손상을 입었고 자발적 호흡이 불가능해졌다. 이 아이도 병원 기록이 전무했고 필수 예방접종은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였다.

예방접종 기록을 포함한 영유아의 병원 방문 기록은 학대를 암시하는 주요 신호 중 하나다. 여성·청소년을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방치되는 아이들은 병원과 멀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병원을 찾지 않은 만 2세 미만의 아동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2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만 2세 미만 아동(53만3983명) 중 예방접종을 포함한 진료나 건강검진 이력이 없는 아동은 2895명(0.54%)이었다.

병원 기록 없는 영아 전국에 2895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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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월 수로 나누어 보면 0~5개월 1043명, 6~11개월 607명, 12~17개월 651명, 18~23개월 594명이었다. 만 2세 미만 아동은 현행법에 따라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증을 뺀 모든 필수 예방접종을 시작 또는 종료해야 한다. 개월 수에 따라 영유아 검진도 받아야 한다. 이 의원실 측은 “이 아이 중 상당수가 아동학대의 위험에 놓여 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보건복지부는 위기 아동을 찾기 위해 2019년부터 매년 4분기 만 3세 아동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만 2세 미만은 대상이 아니다. ‘만 3세’를 기준으로 한 이유에 대해 복지부 측은 “(3세가) 가정양육에서 어린이집·유치원과 같은 공적 양육체계로 본격 진입하고 아동이 본인 의사를 적정 수준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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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가 만 2세 미만에서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사망 피해 아동 40명 가운데 만 1세 미만은 32.5%(13명)로 가장 많았다. 만 2세 미만으로 연령을 확대하면 47.5%(19명)였다. 나이 어린 피해 아동 대부분은 교육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외부에서 이들의 방치나 학대를 알아차리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말 못하는 영아에게 아동학대 사망자가 집중된 만큼 전수조사 확대 등 보다 면밀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획일화된 아동학대 조사 체계 바꿔야”

만 2세 미만 아동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지난해 11월의 아동 사망 사건에서 특히 부각됐다. 당시 사망 3년 만에 김치통에서 발견된 생후 15개월의 여아는 건강검진 이력이 전혀 없었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지자체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죽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복지부는 만 2세 미만 아동에 대해 1·2·3분기 44종에 달하는 사회보장정보(e아동행복지원서비스)를 활용해 위기에 처했을 가능성이 클 경우 가정방문조사를 하고 있다. 이종성 의원은 “획일적인 아동학대 조사 체계를 세분화하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은 “의료기관 미 진료 등 개별 위기 정보만으로도 만 2세 미만 아동이 (복지부의) 방문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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