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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에 수백억 안겨준 'K배터리 명인'…"중국 봐라" 섬뜩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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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0.1%를 만나다] 선양국 한양대 교수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학교 실험실에서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학교 실험실에서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국내 모든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기업 등에 넘겨주고 받는 수익은 연간 1000억원 정도다. 그런데 지난해 한양대의 배터리 관련 기술이 LG화학에 수백억원에 팔리는 사건이 터졌다. 국내 대학 사상 최고가의 기술 이전 사례다.

주인공은 선양국(62) 에너지공학과 교수다. 국내 2차전지 1세대 연구자인 선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2014년부터 7년 연속 HCR(Highly Cited Researchers)로 선정된 배터리 분야 톱클래스 석학이다. 배터리 외길 30년을 걸어 온 선 교수는 “에너지에 국가 생존이 걸려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전남대 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순수 국내파다.

반도체 다음 먹거리는 배터리라는데.
“모든 분야에 다 쓰이니까요. 대표적인 것만 꼽아도 전기차, 로봇, ESS(에너지저장시스템)부터 인공위성, 전기 비행기, 드론, UAM(도심항공교통)도 있죠. 또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면 배터리 기술이 더욱 중요하고요.”
한·중·일 경쟁이 치열하다.
“1991년 일본이 리튬이온전지를 처음 상용화했지만 이젠 중국이 가장 앞섰다고 봐요. 시장을 50% 넘게 차지한 것뿐 아니라 투자 규모도 비교할 수 없어요. 우리가 ‘K배터리’라며 자부하지만 정신차려야 해요.”
중국 기술력은 어느 정돈가.
“제가 ‘ACS 에너지레터’란 학술지 에디터인데 중국 논문 수준이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5년, 10년 전만 해도 95%는 수준 미달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달라요.”
우리가 중국만큼 투자하기는 어렵지 않나.
“우리는 ‘키(key) 테크놀로지’를 개발해야 해요. 핵심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고 따라오려면 비싼 값을 치르게 하는 게 가야 할 길입니다.”

선 교수는 그런 ‘키 테크놀로지’를 여럿 발표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은 배터리 수명과 관련된 양극재이고 값도 비싸다. 선 교수는 이 분야 세계 최고다.

대표 기술은 뭔가.
“2차전지의 수명을 늘리고 안정성이 뛰어난 소재를 개발한 겁니다. ‘농도구배형 양극재’라고 해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에서 상업화하고 있죠.”

농도구배형 양극재는 양극재의 중심과 외부의 니켈 농도를 다르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양극재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이 섞여 있는데 사용할수록 구조가 깨져 수명이 줄어들고 화재 위험도 커진다. 선 교수는 중심부에 니켈을 집중시키고 바깥쪽에 니켈 농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개발에 얼마나 걸렸나.
“2001년 시작했고 2005년 논문에서 1세대 농도구배형 양극재를 발표한 뒤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어요.”
수백억원에 팔린 기술은.
“양극재 구조를 보면 작은 입자가 뭉쳐 있는데 충전하고 방전하면 부피가 늘었다 줄었다 해서 깨집니다. 도자기처럼 이것도 세라믹 재료라 깨지면 못 쓰거든요. 그런데 막대형으로 만들면 잘 안 깨진다는 걸 발견했어요.”
도전 과제가 있나.
“배터리 역사를 보면 새 전지 시스템이 나오려면 50~100년 정도 시간이 필요해요. 리튬이온전지가 30년간 세상을 호령했는데 제가 젊었다면 완전히 새로운 전지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을 거예요.”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구를 하려면.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있어야지, 아무 땅만 판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정상에 오른 비결은.
“공학자인 황농문 서울대 교수님이 쓴 ‘몰입’이란 책이 있어요. 저도 몰입의 힘에 대해 동의합니다. 문제가 안 풀려도 항상 생각합니다. 계속 생각하다 보면 풀릴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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