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말을 믿기 어려운 이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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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홍근 원내대표이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홍근 원내대표이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단호한 조치” 말 대신 ‘개딸’ 횡포 막을 방안 내놔야

모른다는 김문기와의 밀착 사진도 추가로 공개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 관련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비이재명계인 이원욱 의원이 자신의 집 부근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이들을 향해 “이제 분노조차 아깝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집회 공지에 게시된 제 사진이 악한 이미지로 조작됐다”는 대목이 특히 논란이었다. 원본의 입과 눈 부분을 교묘히 조작해 자신을 악마화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악마화를 위해 조작된 이미지까지 사용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은 금도를 넘어선 행동”이라며 “이재명의 지지자를 자처하며 그런 일을 벌이면 이재명의 입장이 더 난처해지는 건 상식”이라고 자제를 촉구했다. “조작된 이미지로 소속 의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 당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한 후 단호히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강성 지지층의 상식 밖 행동에 이 대표가 자제를 요청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쇼잉, 중재자 코스프레”라는 국민의힘의 반응처럼 이 대표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고, 이는 이 대표나 민주당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대규모 이탈표 사태 직후 강성 지지층은 ‘수박(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 색출’에 나섰다. 당시 이 대표는 닷새 뒤에야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 달라”고 했다. 게다가 “5명 중 4명이 그랬다(이탈했다)고 해도 1명은 얼마나 억울하겠냐”며 개딸들을 교묘히 응원하는 듯한 표현이 논란을 증폭시켰다.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마오쩌둥이 홍위병들을 부추기는 데 사용했던 ‘조반유리(造反有理·모든 반항과 반란에는 정당한 도리와 이유가 있다)’ 구호를 연상케 한다는 주장도 일었다. 이뿐이 아니다. 민주당 혁신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무 감사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반영해 개딸들의 공천 영향력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도층 유권자를 의식해 겉으론 개딸과 거리를 두는 척하고, 실제로는 반대파 학살 공천에 강성 지지층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들이 자신의 말을 믿게 하려면 이미지 조작 등 허위 비방 포스터 제작 및 유포자에 대한 고발 등 즉각적인 재발 방지 조치를 이 대표가 취해야 한다. 또 개딸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말만 하고 행동은 없었던 지금까지의 ‘NATO(No Action, Talk Only)’식 태도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지난 주말엔 선거법 재판과 관련해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뉴질랜드에서 함께 찍힌 사진이 추가로 공개됐다.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주장을 포함해 ‘검찰 수사가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탄압’이란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왜 많은지 이 대표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