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성걸
“최근 많은 가전제품에 인공지능(AI)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중요한 건, 그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기능을 쉽게 쓰는 것입니다. 이럴 때 사용자의 니즈를 연구해 AI와 연결해주는 다리 같은 역할이 바로 디자인이지요.”
황성걸(사진)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LG전자 서초 R&D센터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제품의 외관이나 포장을 도안한다고 말했다면, 지금은 이에 더해 고객과 ‘접점’을 보다 세밀하게 연구하는 작업으로 진화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한 제품에 270가지 기능을 만드는 건 기술의 영역이지만, 고객이 그 기능을 쓰기 위해 270개 버튼 중 고민할 필요 없이 한 번의 동작만으로 쓸 수 있게 하는 게 바로 디자인의 몫입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그는 2020년 11월 LG전자에 합류했다. 그동안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신설한 고객경험(CX)랩을 이끌다가 지난해 말 디자인경영센터장을 맡게 됐다. 올해부터 그가 디자인을 총괄했던 신제품이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특히 올해는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의 취향이 반영된 가전들을 만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며, 실제로 제품을 정의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냉장고를 예로 들어 볼게요. 부모 세대는 음식을 쌓아두는 걸 좋아해 크고 다양한 기능의 제품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독립한 자녀 세대들은 새벽 배송으로 그날그날 음식을 시켜 먹어요. 작은 공간에 살아서 냄새에 민감하지요. 따라서 내용물이 잘 보이는 콤팩트한 형태의 스타일을 원합니다.”
황 센터장은 LG전자 디자인에 대해 ‘평온함’을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가전은 한두 시즌 입고 버리는 옷이 아니라 한 번 사면 오래 두고 쓴다. 아예 집안의 환경이 되기에 제품이 분위기를 해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