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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정책 폈는데 하필 불경기…“세수 한해 12.9조 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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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줄줄이 세금을 깎아준다니 일단 좋을지 몰라도, 나라 가계부엔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세, 법인세, 반도체 투자 등 정부의 감세 정책 얘기다. 경기 침체로 세수(稅收)가 악화할 경우 정부가 기대하는 ‘낙수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 2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18.61% 하락했다.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종부세를 산정할 때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이 내려간 데다 국회를 통과한 종부세 완화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돼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재산세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했을 때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은 2020년에 비해 20% 이상 감소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 세수는 약 4조원 수준,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밝힌 보유세 부담 완화 목표인) 2020년의 경우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며 “차액인 2조5000억원 정도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산업에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K칩스법)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K-칩스법 통과로 내년 3조6500억원, 2025~2026년에는 매년 1조3700억원씩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가 하강 국면이라는 점도 세수 확보에 비상등을 켜는 요인이다. 지난해 실적에 대해 납부하는 법인세가 대표적이다. 오는 31일까지 12월 말 결산하는 100만 개 이상 회사가 2022년도분 법인세를 낸다. 문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 실적이 지난해 연말 예상보다 크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 기업 실적이 부진한 영향이 올해 법인세수에 차차 반영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까지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내년 법인세수도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법 개정에 따라 윤석열 정부 시절(2023~2027년) 세수가 연평균 12조9000억원, 5년간 64조4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세목별로는 연평균 법인세 5조5000억원, 소득세 4조9000억원, 종부세 1조1000억원, 증권거래세 2조2000억원, 기타 2000억원 등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세 수입에 비상이 걸리자 재정증권, 국고채 발행 가능성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 제외) 적자가 지난해 100조원, 국가 채무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선 만큼 나랏빚을 내면 재정 중독이 심화할 수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 부족을 만회하려면 종부세 관련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다시 80%로 올리고 유류세 인하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자제하고 무리한 재정사업을 조정해 국고로 환수하는 등 지출 부문에서 효율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바라는 낙수 효과(Trickle Down)를 내려면 감세가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증가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규제와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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