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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힘으로 30대 연기, 몸은 안 따라주더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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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배우 최민식은 디즈니+ ‘카지노’에서 무일푼 신세에서 필리핀 카지노의 제왕으로 거듭나는 차무식의 30대(사진 1)부터 50~60대(사진 2)까지 연기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배우 최민식은 디즈니+ ‘카지노’에서 무일푼 신세에서 필리핀 카지노의 제왕으로 거듭나는 차무식의 30대(사진 1)부터 50~60대(사진 2)까지 연기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드라마 처음부터 ‘화무십일홍’(열흘 붉은 꽃은 없다)이라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처음엔 뜬금없이 무슨 소리지 싶었는데, 결국 차무식이 그 말처럼, 꽃잎이 떨어지듯 느닷없이 사그라지죠.”

배우 최민식(61)이 25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로 화제를 모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16부작)가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SLL 산하 레이블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카지노’는 보육원 출신 차무식이 필리핀 카지노를 장악해가는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도박판을 중심으로 욕망이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 호평받았지만, 결말에 대해선 “허무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에서 최민식을 만났다.

사진 2. 차무식의 30대.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사진 2. 차무식의 30대.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비현실적인 지점이 많은 이야기를 끝까지 시청하게 한 건 최민식이 빚어낸 차무식 캐릭터의 힘이 컸다. 차무식은 돈과 권력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지만, ‘내 사람’에겐 끝까지 신의를 지키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그는 “만약 차무식이 단선적인 나쁜 놈이었다면 이 작품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세상에 100% 나쁘거나 착한 사람은 없지 않나. 아주 평범한 놈도 그렇게 모진 인생을 살면서 악인이 될 수 있다는 다중적인 면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MBC ‘사랑과 이별’(1997) 이후 영화에만 출연한 최민식은 오랜만의 드라마 작업에 대해 “긴 호흡을 갖고 만드는 과정이 좋았다”고 돌이켰다. 특히 손석구·이동휘 등 후배들과 함께한 3개월간의 필리핀 현지 촬영 시간을 이렇게 전했다. “팀플레이 개념을 확실히 알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어요. 처음엔 다들 고시 공부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술 먹는 줄 알고 가봤더니 대본 펴놓고 회의를 하더라고요. 다음날 일찍 촬영이 있어도 밤늦게까지 난상 토론을 벌이기도 했죠. 이런 친구들과 작업할 수 있었던 과정이 참 좋았어요.”

차무식의 50~60대.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차무식의 50~60대.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60대인 최민식이 디에이징(de-aging) 기술을 통해 차무식의 30대부터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런 거 안 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과학 기술의 힘을 믿었다가”라며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30대 분량은 (차무식의 청년 시절을 연기한) 이규형에게 최대한 넘기고 싶었는데, 감독이 ‘형(최민식)이 해야 한다’고 해서 했다. 그런데 도저히 몸이 안 따라주더라”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첫 OTT 시리즈 도전작이자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작을 마친 최민식의 다음 행보가 궁금했다.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 않은 그는 “영화와 OTT 시리즈 모두 장단점이 뚜렷해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어느 것이든 하고 싶다”면서도 “역시 극장이 좋긴 하더라”라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에게 욕망이 무엇인지 묻자 ‘카지노’를 함께한 배우 이혜영, 김주령과 “로맨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의외의 답이 나왔다. 이어 진지하게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욕망이 점점 더 강해진다”고 털어놨다.

최민식은 1989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데뷔해 그간 묵직한 연기로 관객을 휘어잡았다. 그런 그의 바람은 “자극적인 것 말고, 힐링이 되는 따뜻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거다. “이성 간의 로맨스든, 형제·친구·가족 간 이야기든, 힐링이 되지만, 절대 무리하게 감정을 강요하지는 않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소문 좀 내주세요. 저, 코미디도 괜찮을 것 같지 않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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