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허브 홍콩의 귀환…수십억 거래 쏟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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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트바젤 홍콩’이 4년 만에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 아시아 지역 갤러리 참여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해 ‘아시아 미술’의 존재감이 강했다. [사진 아트바젤]

‘아트바젤 홍콩’이 4년 만에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 아시아 지역 갤러리 참여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해 ‘아시아 미술’의 존재감이 강했다. [사진 아트바젤]

“중국·싱가포르·필리핀 ‘큰손’들이 줄줄이 부스를 찾아왔다. 판매 상황도 매우 만족스럽다.” (국내 갤러리 관계자)

“도시가 얼마나 활기차게 변했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홍콩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세계에 증명한 자리였다고 본다.” (로렌스 반 하겐 LVH갤러리 대표)

60만 달러에 판매된 하종현 ‘접합’.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60만 달러에 판매된 하종현 ‘접합’.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지난 20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VIP 프리뷰로 개막한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2023’이 25일 성료했다. 32개국 177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조현갤러리, 학고재 등 12곳이 참가했다.

2013년 시작된 아트바젤 홍콩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폭 축소되는 등 파행을 겪어왔다. 이번 행사엔 총 8만6000명이 찾아 아시아 아트 허브 도시로서 홍콩의 저력을 과시했다. 아트바젤 홍콩 측은 26일 “70여개 국가와 지역에서 유명한 개인 컬렉터는 물론 도쿄 모리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런던 테이트 등 100여 개 이상의 미술 기관장이 홍콩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500만 달러에 팔린 일본 1세대 행위예술가 카즈오 시라가의 추상화.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500만 달러에 팔린 일본 1세대 행위예술가 카즈오 시라가의 추상화.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세일즈는 강력했다.” 현장에서 만난 미술 관계자들의 반응은 이렇게 요약됐다. 3일 동안 열린 VIP프리뷰는 붐비지 않았으나 쿠사마 야요이, 마크 브래드포드, 앨리스 닐, 조지 콘도, 카즈오 시라가 등 인기 작가들의 작품들이 수십 억원 대에 줄줄이 판매됐다. 야요이(94)의 노란 호박 조각이 오타 파인아츠 갤러리에서 첫날 350만 달러(45억5000만원)에 팔린 데 이어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가 선보인 초록 호박은 이튿날 600만 달러(78억원)에 판매됐다. 홍콩을 대표하는 문화 명소로 떠오른 M+뮤지엄에서 마침 야요이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전시는 한국 출신의 M+뮤지엄 부관장이자 수석 큐레이터인 정도련(50)씨가 큐레이팅을 맡았다.

퍼거스 맥카프리 갤러리에선 일본 추상화가 카즈오 시라가(1924~2008)의 1991년 회화가 500만 달러(65억원)에 판매됐다. 시라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결성한 일본 아방가르드 그룹의 핵심 멤버이자 행위 예술가다. 미국 추상주의 화가 잭슨 폴록의 영향을 받은 그는 캔버스 위에 뒹굴며 붓이 아닌 몸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350만 달러에 판매된 마크 브래드포드 회화.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350만 달러에 판매된 마크 브래드포드 회화.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하우저앤워스에선 조지 콘도(65)가 피카소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라벤더 색상 회화(‘Purple Compression’, 2011)가 홍콩과 LA에 기반을 둔 개인 컬렉터에 475만 달러(62억원)에 팔려나갔다. 또 LA 출신의 흑인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62)의 대형 추상화(‘A Straight Line’)도 350만 달러(46억원)의 팔려 세계 무대에서 치솟고 있는 인기를 입증했다.

엘리자베스 페이튼(57)이 그린 초상화(‘Truffaut’, 2005)는 중국에 있는 한 미술관에 220만 달러(28억 6000만원)에 판매됐으며, 조던 울프슨의 ‘붉은 조각’(2016-2022)이 중국 상하이 롱 뮤지엄에 90만 달러(12억원)에 판매됐다.

600만 달러에 팔린 쿠사마 야요이의 조각 ‘초록 호박’.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600만 달러에 팔린 쿠사마 야요이의 조각 ‘초록 호박’.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이배, 이불 등 한국 화가들의 작품도 국내외 갤러리 부스에서 선보였다. 파리 메누르 부스 가운데 자리했던 이우환의 ‘대화’(2014)는 100만 유로(14억원), 페이스에서 100만 달러(13억원)에 팔렸다.

하종현(88) 화백의 인기도 눈에 띄었다. 파리 알민 레쉬에선 하 화백의 ‘접합’ 신작이 20만~22만 달러(3억원가량), 국제갤러리에서 60만 달러(7억8000만원)에 판매됐다. 이불(59)의 작품도 리만머핀에서 19만 달러(2억5000만원), 타데우스 로팍에서 30만 유로(4억원)에 판매됐다. 조현에선 박서보(92) 작품과 이배(66) 대형 회화 8점, 김종학(86) 수채화 15점, 아크릴화 12점, 학고재에선 정영주(54)의 판잣집 풍경화 4점이 첫날 모두 판매됐다. 한편 국제에선 이승조(1941~1990) 화백의 1987년 그림이 약 4억 원에 판매돼 눈길을 끌었다.

조던 울프슨의 ‘붉은 조각’. [연합뉴스]

조던 울프슨의 ‘붉은 조각’. [연합뉴스]

한편 올해 홍콩 아트바젤은 2021년 서구룡문화지구에 문을 연 ‘M+뮤지엄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런던 테이트모던을 설계한 건축가 헤르조그&드 뫼롱이 설계한 이 뮤지엄은 지난 20일 ‘뮤지엄 나이트’를 통해 세계 미술계에 개관 신고를 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세계 미술계 관계자만 2000여 명, 갈라 디너 참석자가 3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팬데믹 이전의 뜨거운 열기에 비해 서구권 대형 컬렉터들의 존재감이 미미했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 해외 갤러리스트는 “옛날 쟁쟁한 갤러리들이 지키고 있던 페더 빌딩엔 가고시안 갤러리만 남았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이 보여준 열기만 못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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