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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지휘자 만났다, 독일의 보헤미안 사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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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보헤미안 색채가 특징인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가 7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 수석지휘자인 야쿠프 흐루샤가 지휘봉을 잡는다. [사진 빈체로]

보헤미안 색채가 특징인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가 7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 수석지휘자인 야쿠프 흐루샤가 지휘봉을 잡는다. [사진 빈체로]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있는 인구 7만의 도시, 밤베르크엔 77년 역사의 밤베르크 심포니가 있다. 요제프 카일베르트, 오이겐 요훔 등 거장들의 손길로 큰 악단이다. 2016년 첫 내한 때 노장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95)가 지휘한 베토벤, 슈베르크, 브루크너 등 독일 교향악의 매력은 각별했다.

밤베르크 심포니가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오는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제6대 수석지휘자인 야쿠프 흐루샤(41)가 지휘봉을 잡는다. 슈만 피아노 협주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이 주요 곡목이다. 대구콘서트하우스(28일), 수원 경기아트센터(30일) 공연에서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대신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한다.

모든 공연은 브루크너 ‘교향적 전주곡’으로 시작된다. 김선욱(34)이 협연하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도 관심을 모은다.

‘보헤미아 색채’는 밤베르크 심포니의 빼놓을 수 없는 정체성 중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체코에서 독일로 이주한 음악가들이 핵심 단원을 이뤘다. 야쿠프 흐루샤가 체코 출신인 만큼 더욱 뚜렷한 체코의 색채가 기대된다. 흐루샤는 2010년과 2013년 서울시향을 지휘했다. 이번이 세 번째 내한이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밤베르크 심포니의 정체성은 체코-독일이 공존했던 역사적 의식과 독일이라는 뿌리, 이 둘의 결합”이라고 말했다. 체코 필의 부지휘자를 지낸 그는 “밤베르크 심포니와 체코 필은 사촌 같다. 두 악단의 선조들이 프라하에서 함께 1787년 ‘돈 조반니’를 초연했다. 말러 교향곡 7번을 체코 필이 초연할 때 체코 음악가들은 독일어를 구사하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 여기에 베버·바그너·말러·젬린스키·클라이버 등이 프라하에서 독일 오페라를 지휘했다”며, 악단의 역사에 깃든 체코와 독일의 인연을 설명했다. 흐루샤는 “사랑하는 보헤미안 사운드를 가진 독일 오케스트라와 체코 지휘자인 내게 드보르자크 교향곡은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음악”이라고 했다.

인구 1000만의 작은 나라 체코는 스메타나, 드보르자크, 야나체크, 마르티누 등 클래식 음악계에 길이 남을 작곡가들을 배출했다. 이에 대해 흐루샤는 “카를 4세 황제 시대(14세기) 이후 정치적으로 강력했던 역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력이 부족하니 창조의 힘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필요성이 대두됐다. 고통과 절망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승화돼 다행이다. 음악뿐 아니라 하벨·쿤데라 등 체코의 문학도 뛰어나다고 확신한다.”

흐루샤는 밤베르크 시민들의 전례 없는 지지를 받아 지휘할 맛이 난다고 했다. “주민의 10%가 음악 애호가로 정기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이라며 “밤베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때도 폭격을 당하지 않은 아름다운 도시다. 거리를 따라 이동하거나 멋진 경치의 언덕에 오르는 일상이 영감으로 다가온다. 차분히 집중하는 삶에서 쌓은 활기를 이번 한국 공연에서 모두 쏟아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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