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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이겨내는 도시’ 부산의 엑스포 유치는 역사적 필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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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태성 한국사 강사

최태성 한국사 강사

매해 역사 강연, 방송 촬영 등으로 부산을 방문하고 있다. 갈 때마다 했던 이야기가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역사의 압축판이자, ‘이겨내는 도시’라고 말이다. 강화도 조약으로 조선이 근대 문화를 받아들였던 첫 번째 개항장이 바로 부산이다. 6·25 전쟁 당시에는 피란 수도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극한의 전쟁 상황에서도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이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던 곳 역시 부산이었다. 한마디로 역동적 맥박이 꿈틀대던 곳이었다.

이와 같은 역사를 가진 부산은 현재 세계 2위 환적항이자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으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의 물류가 만나는 관문이 되었다. 노르웨이 메논 이코노믹스의 ‘2022년 세계 선진해양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은 전 세계 1만5000개 도시 중 종합순위에서 1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해양기술분야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올해 꼭 방문해야 할 아름다운 도시 25곳에 부산을 포함해 발표한 바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부산이 경제와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한국과 세계박람회의 인연은 구한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80년대 조선 최초의 서방 국가 파견 외교사절단인 보빙사가 미국을 방문해 보스턴 박람회를 견학한 것이 처음이다. 1900년에는 파리 만국 박람회에 참가해 한옥양식이 반영된 국가관을 짓고 대한제국의 존재를 알렸다. 이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한 후에는 박람회 참가의 길이 막힌 아픈 역사도 있다.

세계인은 엑스포를 통해 다양한 혁신과 눈부신 신문물을 계속해서 만나왔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화, 자동차, 엑스레이, 엘리베이터까지 많은 물건이 엑스포의 산물이다. 더 나아가, 오늘날 엑스포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란 주제로 부산은 2030 세계박람회를 기후변화, 기술격차, 사회 양극화 등에 대한 솔루션이 태어나는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다.

다음 달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이 부산을 찾아 우리의 준비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 실사를 앞두고는 곳곳에서 우리의 역량을 보여줄 다채로운 행사도 열린다. 5월에 해운대구 벡스코에서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도 예정돼 있다. 역사 속에서 부산은 늘 ‘이겨내는 도시’였다. 전쟁 당시 30만 인구가 100만을 품었듯이 승리의 동력은 포용과 만남이었다.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국민이 서로 맞잡은 손, 따뜻한 응원의 한마디, 열정적인 참여가 모두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성공의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

최태성 한국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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