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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용부동산 대출 7280조원, 은행 이어 또 다른 금융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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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살얼음판을 걷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이 또 다른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금리에 코로나19 여파로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관련 대출을 주로 취급한 미국 중소은행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한국 역시 상업용 부동산 중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약한 고리로 꼽힌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CR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와 맞물려 금융 부문의 다음 위험 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내셜타임스(FT)도 전날 “5조6000억 달러(약 7280조원)에 달하는 미국 CRE 대출 시장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같은 진단을 했다.

임대 아파트, 오피스 빌딩과 같은 CRE 시장은 Fed의 긴축 기조와 맞물려 이미 경고등이 커진 상태다. CRE는 단독 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보다 대출 비중이 높아 고금리에 취약하다. 재택근무 확산도 악재다. 상주 근무자가 줄면 기업이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임대료가 비싼 도심에서 빠져나오며 오피스 수요가 감소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내 주요 25개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이 일제히 올랐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사무실 공실률은 2019년 4분기 약 5%에서 지난해 4분기 19%로 뛰었다.

미 CRE 시장 대출의 70%를 중소은행이 차지한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사태를 본 중소은행이 CRE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줄이고 차환도 꺼릴 수 있다. JP모건의 총 신 애널리스트는 “중소은행의 CRE 대출 축소는 전체 대출 규모를 줄게 해 제2·제3의 신용경색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제2 금융권의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위주로 PF사업에 나섰지만, 자본 여력이 낮은 제2금융권은 상업용 부동산사업이 많아 부실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말 대출·보증 등 위험노출액(익스포저)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말 익스포저 규모를 환산하면 여신전문금융사 432.6, 저축은행 249.8, 보험사 204.8, 증권사 167이다.

5년 전보다 익스포저 규모가 각각 4.33배, 2.5배. 2.05배, 1.67배 불었다는 뜻이다. 연체율도 오름세다. 증권사 PF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 9월 말 8.2%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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