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북·중·러 연쇄 핵카드…동북아 안보균형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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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핵보유국인 중국·러시아와 사실상 핵보유국 노선을 추구하는 북한이 핵무기 다량화·고도화에 속도를 내며 동아시아 핵 균형이 위협받고 있다. 미국은 한·일 등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확장억제 강화에 나섰지만 북·중·러의 공세적 핵 위협을 억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은 상태다.

지난해 여덟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7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물량 공세’를 벌인 북한은 최근 다양한 신형 핵무기를 과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1일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발사해 해저 80~150m에서 59시간 잠항한 뒤 23일 적 항구를 가상한 목표에서 수중 폭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핵 어뢰인 해일은 최대 수십kt(1kt은 TNT 1000t 폭발력)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항공모함 전단이나 부산 등 항구에 접근해 방사능 쓰나미로 함선과 시설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게 북한 주장이다. 북한은 지난 22일엔 전략순항미사일에 모형 핵탄두를 탑재해 공중 폭발하는 실험에 나섰다. 핵탄두를 600m 상공에서 터뜨린 것은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 원자폭탄 폭발(상공 570m)과 유사한 방식이다. 피해를 극대화하는 고도에서 핵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옹호하는 중·러는 ‘핵연료 협력’에 뜻을 모았다. 러시아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상회담에서 고속 중성자 원자로 협력 계약을 맺었다. 고속 중성자 원자로는 핵분열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핵폭탄 원료인 플루토늄이 대량 생산된다. 사실상 러시아의 대중(對中) 핵연료 공급에 해당하는 이번 계약을 통해 중국은 핵탄두를 크게 늘릴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26일 “러시아와 중국은 군사동맹을 맺지 않고 있으며 기술 분야의 협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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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중국과의 원자로 협력에 나선 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풀이된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망이 촘촘해지자 러시아는 원자로와 핵연료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지난해 2월 3300만 달러(약 422억원) 수준이던 러시아의 핵 관련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2억1500만 달러(2752억원)로 6배 이상 급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2일 “(중·러는) 정략결혼”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외교·정치적 지원, 일정한 물질적 지원은 전쟁을 끝내려는 우리의 이익에 반한다”고 말했다.

내달 한·미정상회담서 핵전력 공동운용안 논의 예정

푸틴 대통령은 25일 동맹국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오는 7월까지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계획이다.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항공기는 이미 벨라루스에 주둔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과 맺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도 잠정 중단했다.

북·중·러의 핵 다량화·고도화에 맞서 미국은 한·미·일 공조와 확장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북핵 억제 강화를 위해 미국과의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오는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선 미국 핵전력을 양국이 공동 운용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에 오를 예정이다. 또 한일군사정보호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계기로 북한 핵 위협에 맞선 대일 안보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국은 오는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창설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그간 군사동맹 차원에서 한·일 양국과 확장억제 협의를 진행했지만, 3국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는 없다.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즉시 공유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하기 위한 막판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중·러의 최근 핵 동향에 맞서 한·미·일은 기존의 3국 공조에 더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까지도 연맹할 수 있는 ‘통합형 확장억제’를 통해 큰 그림에서 군사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은 지난 23일 미국의소리(VOA)에 보낸 e메일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목표를 부정하고 확장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맹 내 핵 계획과 작전 메커니즘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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