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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송환 원할것" 4개국 수사 받는 권도형…'증권성' 입증 관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테라·루나 사건의 피의자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체포되면서 권 대표에게 적용될 혐의와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사정당국이 모두 쫓고 있는 권 대표는 어느 국가로 송환되더라도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현지 법원으로 압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현지 법원으로 압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개국 수사 선상에 오른 권도형 

포드고리차 현지 법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체포된 권 대표와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해 구금기간 연장(최장 30일)을 명령했다. 권 대표와 한 전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도주하기 위해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몬테네그로 당국에 체포됐다. 25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현지 외신에 따르면 권 대표의 변호인인 브란코 안젤리치는 “법원의 구금기간 연장 결정에 대해 정해진 기간 안에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루나 사건 관련 수사는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이며, 몬테네그로가 공문서 위조혐의로 권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4개국에서 권 대표 관련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수사 착수는 한국이 빨랐지만 기소는 미국에서 먼저 이뤄졌다. 미국 뉴욕연방검찰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권 대표를 증권 사기,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와 시세조작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미등록 증권을 권유·판매했고, 시세를 조작한 과정과 경위 등이 담겼다.

한국에선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이 지난해 9월 권 대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해왔다. 피고발 혐의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 외에 특경가법상 배임, 업무상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도 체포영장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성’ 인정한 美 vs 다툼 여지있는 韓…권도형, 어디서 처벌받나

권 대표의 범죄인 송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한국 어디를 가더라도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테라·루나의 증권성 인정을 둘러싼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성은 암호화폐인 테라·루나가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테라·루나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된다면 자본시장법의 사기적 부정거래, 시세 조종 행위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가상화폐의 증권성이 인정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달 권 대표를 미 연방 증권거래법상 사기 및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뉴욕 연방지법에 제소하며 증권성을 인정했다. 미국 연방검찰도 SEC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권 대표가 테라 시세를 알고리즘이 아닌 미국의 한 투자회사를 동원해 인위적인 조정으로 가격을 유지한 점 등 구체적인 시세조작 경위를 공소장에 담았다.

우리 법원은 지난해 10월 테라폼랩스 업무총괄팀장 유모씨에 대한 사기·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루나 코인의 증권성 인정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은 피해가 클수록 가중처벌되기 때문에 검찰은 권 대표 중형 선고를 위해서라도 테라·루나의 증권성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테라·루나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피해자가 국내서만 28만명, 피해 규모가 50조원이 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중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고,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만 적용된다면 (가상거래소를 통한 테라·루나 거래를) 대면거래를 전제로 하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법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권 대표가 미국보다는 증권성 인정을 두고 다퉈볼 수 있는 한국 송환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검사로 일했던 박종수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는 “미국 연방검찰의 권 대표에 대한 8개 험의는 기소할 수 있는 모든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권 대표의 사기 행각은 ‘폰지 사기’와 유사성도 있는데, 설계 단계에서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70조원대 규모의 폰지 사기로 기소된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비상임 회장은 2009년 150년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권 대표의 국적이 한국이고 관련 공범 수사도 한국에서 진행되는만큼, 몬테네그로 당국과 협의해 현지 사법절차를 마치는대로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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