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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어려울 것" 좋다가 만 은행·증권주…SVB 사태에 9% 하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VB 파산 여진에 최근 한달간 미국 은행주는 30% 급락했고, 한국 금융주도 9%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SVB 파산 여진에 최근 한달간 미국 은행주는 30% 급락했고, 한국 금융주도 9%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진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에 놓였다. 투자자의 공포 심리에 금융관련 주식이 급락했다. 미국 은행주가 약 30% 급락할 때 한국 금융ㆍ증권주는 9%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은행주의 동반 하락세는 이달 SVB가 파산하고 퍼스트 리퍼블릭의 위기설이 퍼지면서 시작됐다.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1일(현지시간)부터 24일까지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요 은행주를 모아놓은 KBW 나스닥 은행 지수는 28.3% 하락했다.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 주식을 주로 편입한 아이셰어즈(iShare) 미국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IAT)는 31.84% 떨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 지역은행 주가는 한 달 사이 크게 출렁였다. 파산 위기설에 휩싸인 실리콘밸리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도 지난 1일 122.5달러에서 24일 12.36달러로 89.91% 폭락했다. 주가가 이달 들어 10분의 1토막 난 것이다. 트레이크시티에 본사를 둔 자이언스뱅코프(-43.99%), 댈러스의 코메리카(-42.84%) 등 미국 지역은행들 역시 낙폭이 컸다.

뱅크오브아메리카(-20.5%), 씨티그룹(-16.29%), 모간스탠리(-12.72%) 등 대형은행 주가도 10% 넘게 하락했다.

미국발 은행권 위기 우려는 한국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24일까지 금융지주ㆍ은행 종목 9개를 편입한 ‘KRX 은행’ 지수와 증권 종목 14개를 편입한 ‘KRX 증권’ 지수는 나란히 9.46%씩 하락했다.

종목으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DGB금융지주(-12.66%), 하나금융지주(-11.12%), 신한지주(-11.07%) 등 일부 은행주 주가는 10% 이상 하락했다. 증권사 중에선 한국금융지주(-11.94%), 메리츠증권(-11.75%), 유안타증권(-11.39%), 한화투자증권(-10.64%) 등이 10%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은행주는 연초만 하더라도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 기대감에 주가가 들썩였다. SVB 사태가 터진 이후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특히 올해 들어 은행주 ‘사자(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투자자가 이달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KB금융(-2380억원), 신한지주(-1950억원), 하나금융지주(-690억원), 우리금융지주(-520억원) 등 4대 금융지주 주식을 한달 사이 5540억원 순매도했다.

국내 금융주는 해외 은행권 부실 위험이 직접 전이될 우려는 낮다는 판단에 낙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하지만 금융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한 만큼 당분간 주가 변동성은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미국 은행들과 국내 은행의 비즈니스 구조의 차이 때문에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은 작지만, 업종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며 “은행주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금융주 주가가 은행의 위험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며 “미국 정책 당국의 대응과 함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미국발 은행권 위기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각국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커지면서 대응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며 “SVB 파산 여진이 글로벌 은행들의 도미노 파산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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