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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쓰나미' 핵어뢰 꺼낸 北…중·러 '핵탄두 대량생산' 길 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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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미·일 3국 공조에 맞서 밀착을 강화하는 북·중·러 3국의 ‘핵 동향’이 심상치 않다. 공식 핵보유국인 중·러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으려는 북한 모두 핵무기 다량화·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자국의 핵우산을 한·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국에게 씌워준다는 방위공약인 확장억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북·중·러의 공세적인 핵 동향을 제재할 수단은 마땅치 않은 상태다.

한·미·일 안보당국은 최근 북한의 무력도발 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은 8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7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물량 공세’를 벌였다면 최근엔 다양한 형태의 신형 핵무기를 과시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지난 21~23일 수중 폭발 시험을 단행했다는 핵무인수중공격정인 ‘해일’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해일을 발사해 80~150m 심도에서 59시간 잠항한 뒤 적 항구를 가상한 목표에서 수중폭발하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北 '방사능 쓰나미' 핵 어뢰 시험 

북한은 지난 21~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시험을 단행했다. 실전에 사용될 경우 방사능 해일이 일며 일대 항구가 초토화되는 위력을 가졌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21~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시험을 단행했다. 실전에 사용될 경우 방사능 해일이 일며 일대 항구가 초토화되는 위력을 가졌다. 연합뉴스

일종의 핵어뢰인 해일은 최대 수십kt(킬로톤·1kt은 TNT 1000t 폭발력)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항공모함 타격단이나 부산과 같은 한국의 주요 항구에 몰래 접근할 경우 방사능 쓰나미로 함선과 시설을 초토화한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북한은 2012년 해일 개발에 착수했고, 11년에 걸친 시험·개발 끝에 이번에 무기 체계와 위력을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2일 전략순항미사일의 모의 핵탄두 공중폭발 시험을 진행했다. 최근 신무기를 다양한 전술 형태로 시험하는 등 북한의 무력 도발 양상이 다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22일 전략순항미사일의 모의 핵탄두 공중폭발 시험을 진행했다. 최근 신무기를 다양한 전술 형태로 시험하는 등 북한의 무력 도발 양상이 다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22일엔 전략순항미사일에 모형 핵탄두를 탑재해 공중 폭발하는 시험에 나섰다. 특히 핵탄두를 600m 상공에서 터뜨렸는데, 이는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 원자폭탄 폭발(상공 570m)과 유사한 방식이다. 지상의 병력과 군 시설 등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하는 고도에서 핵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무력 도발로 풀이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한·미·일 3국이 상호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갖춰나가는 작업이 시급하다”며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와 같은 형식적인 수준의 정보 협력을 넘어 실시간으로 미사일을 탐지하고 발사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3국이 함께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성자 원자로 계약' 실상은 핵연료 협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한편 양자 관계에선 사실상의 ‘핵연료 동맹’에 근접한 협력에 뜻을 모았다. 러시아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고속 중성자 원자로 협력 계약을 맺었다. 고속 중성자 원자로는 핵분열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대량 생산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사실상 러시아의 대중(對中) 핵연료 공급에 해당하는 이번 계약을 통해 중국의 핵탄두 비축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 “현재 중국의 핵탄두 비축량은 400개를 넘어섰고, 이 속도가 지속될 경우 2035년 약 1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러 제재에 주요 수입원 된 핵·원자로  

러시아가 중국과의 전향적인 원자로 협력에 나선 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러 제재망이 촘촘해지자 러시아는 주요 수입원으로 원자로와 핵연료 수출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지난해 2월 3300만달러(약 422억원) 수준이던 러시아의 핵 관련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2억1500만달러(약 2752억원)로 6배 이상 급증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2일 중·러의 관계를 “정략결혼(marriage of convenience)”에 비유하며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외교·정치적 지원, 일정한 물질적 지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는 우리의 이익에 반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고속 중성자 원자로 협력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사실상 러시아가 핵 연료인 플루토늄을 중국에 제공하는 결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고속 중성자 원자로 협력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사실상 러시아가 핵 연료인 플루토늄을 중국에 제공하는 결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P=연합뉴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원자로 및 연료 수출국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590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1500여개를 전략 배치한 상태다. 이같은 '핵 탄두 패권'은 러시아가 안보를 지키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 전략적 이익을 강제로 얻어내는 수단으로 쓰려한다는 평가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 24일 러시아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크림반도를 탈환하려는 시도를 포함해 일련의 심각한 공세가 발생할 경우 핵 사용 원칙 등 모든 수단을 사용할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 푸틴 대통령이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건 국제사회의 핵 균형에 균열을 내는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러시아 국영방송 로씨아24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는 7월까지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계획이다.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항공기는 이미 벨라루스에 주둔한 상태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국제 비핵화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나토에 핵무기를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푸틴은 지난달 미국과 맺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ㆍ뉴스타트)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미국과의 핵균형을 깰 수 있다고 뜻을 알린 것이다.

한·일 관계 개선, 3국 공조 본격화 '물꼬'

북·중·러의 핵 다량화·고도화 움직임에 맞서 미국은 한·미·일 3국 공조 및 확장억제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갈등 국면이 해소됨에 따라 한·미·일의 안보 공조의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3국 공조의 걸림돌이 제거됐다. 3국은 북한의 핵 위협 등에 맞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한편 미사일 정보 등에 대한 상호 공유를 강화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3국 공조의 걸림돌이 제거됐다. 3국은 북한의 핵 위협 등에 맞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한편 미사일 정보 등에 대한 상호 공유를 강화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국은 대북 핵 실행력 억제 강화에 방점을 찍고 미국과의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오는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선 미국의 핵전력을 양국이 공동 운용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에 오를 예정이다. 또 지소미아 정상화를 계기로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선 대일(對日) 안보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국은 오는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창설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그간 군사동맹 차원에서 한·일 양국과 확장억제 협의를 진행했지만, 3국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는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8일 “미국은 나토의 핵계획그룹(NPG)를 참고해 한·일 정부와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즉시 공유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하기 위한 막판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중·러의 최근 핵 동향에 맞서 한·미·일은 기존의 3국 공조에 더해 나토까지도 연맹할 수 있는 ‘통합형 확장억제’를 통해 큰 그림에서 군사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통합형 확장억제가 활성화하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자산은 물론 나토의 자산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한 단계 높은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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