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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미국도…부동산 대출, 금융 시장 '약한 고리' 우려

중앙일보

입력

살얼음판을 걷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이 또 다른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금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관련 대출을 주로 취급한 미국 중소은행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상업용 부동산 중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약한 고리로 꼽힌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공실인 상가 앞으로 관광객이 지나가는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공실인 상가 앞으로 관광객이 지나가는 모습. 뉴스1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CR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와 맞물려 금융 부문의 다음 위험 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내셜타임즈(FT)도 전날 “5조6000억 달러(약 7280조원)에 달하는 미국 CRE 대출 시장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같은 진단을 했다.

임대 아파트, 오피스 빌딩과 같은 CRE 시장은 Fed의 긴축 기조와 맞물려 이미 경고등이 커진 상태다. CRE는 단독 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보다 대출 비중이 높아 고금리에 취약해서다. 재택근무 확산도 악재다. 상주 근무자가 줄면 기업이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임대료가 비싼 도심에서 빠져 나오며 오피스 수요가 감소한다. 이는 사무실 공실률 증가로 직결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내 주요 25개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이 일제히 올랐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사무실 공실률은 2019년 4분기 약 5%에서 지난해 4분기 19%로 뛰었다.

미 CRE 시장 대출의 70%를 중소은행이 차지한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실리콘뱅크은행(SVB)·시그니처은행 사태를 본 중소 은행이 CRE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줄이고 차환도 꺼릴 수 있어서다. Fe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은행의 약 3분의 2가 건설·토지개발과 관련한 대출 조건을 강화했다. JP모건의 총 신 애널리스트는 “중소 은행의 CRE 대출 축소는 전체 대출 규모를 줄게 해 제2·제3의 신용경색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중소 은행의 CRE 집중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중소 은행이 겪는 문제들과 견줄 만 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황 부진이 맞물리며 제2 금융권의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위주로 PF 사업에 나섰지만 자본 여력이 낮은 제2금융권은 상업용 부동산 사업이 많아 부실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말 익스포저(대출·보증 등 위험노출액) 수준을 100으로 정했을 때 지난해 말 익스포저 규모를 환산하면 여신전문금융사 432.6, 저축은행 249.8, 보험사 204.8, 증권사 167이다. 5년 전보다 익스포저 규모가 각각 4.33배, 2.5배. 2.05배, 1.67배 불었다는 뜻이다.

연체율도 오름세다. 증권사 PF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 9월 말 8.2%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여신전문금융사(0.5→1.1%), 저축은행(1.2→2.4%), 보험사(0.1→0.4%)의 연체율도 늘었다.

시중은행 부동산 PF는 연체율이 0%대로 낮긴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4조6645억원에 이른다. 2020년 말(9조2532억) 대비 58.5% 늘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쏠림이 생기거나 일시에 리스크가 발생해 특정 기업이나 건설사의 ‘트리거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도록 리스크 분산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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