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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에 뚫렸던 인천국제공항 보안…3.6m 월담에도 속수무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가중요·보안시설 '가급'의 상징인 인천국제공항이 입국 불허 통보를 받은 강제송환 대상자들의 '월담 도주'를 막지 못했다. 밀입국자들은 활주로를 우회해 도보로 30분 거리인 약 2.5㎞를 걸어 3.6m 높이의 울타리를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인천경찰청 공항경찰단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8분쯤 카자흐스탄 국적 외국인 A씨(21)와 B씨(19)가 공항 제4활주로 서북측 울타리를 넘어 도주했다. A씨 등은 지난 24일 오전 국내로 들어오려다 입국불허 판정을 받고, 이날 오후 강제송환 예정이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A씨 등은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등 이유로 출입국 당국으로부터 입국 불가 처분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지난 25일 오후 6시부터 제2여객터미널 3층 환승구역 송환대기실에 머무르다 서편 버스게이트 유리창을 깨고 활주로 쪽으로 나왔다. 결국 담장을 따라 난 내부 도로를 도보로 이동, 외곽 울타리를 넘었다. 입국 당시 A씨는 청바지에 형광파란색 점퍼를 걸친 채 검은색 손가방을 들었고, B씨는 검은 점퍼에 검은 바지를 입고 검은 배낭을 맨 차림이었다고 한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감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감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월담 현장 6분 만에 도착했지만 행방 묘연

인천국제공항 대테러종합상황실(TCC)은 장력 변동에 따라 울리는 외곽 울타리 침입감지센서가 작동하자 순찰차를 보내고 폐쇄회로(CC)TV 녹화영상을 확인했다. 순찰조와 기동타격대는 6~1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A씨 등 밀입국자들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였다. 3.6m 높이의 외곽 울타리엔 철조망과 적외선 감시장비, 장력 침입감지 센서 등 3중 보안장비가 갖춰져 있었으나 밀입국을 막지 못했다.

공항경찰단 관계자는 “밀입국자들이 입국한 경위 등은 관계기관을 통해 확인 중”이라며 “공항 소재재인 인천 중구 영종도를 중심으로 도주 경로를 다각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도 “공항 내 보안 경비 및 순찰, 검색을 강화하고 시설 취약부분을 긴급 점검 내지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0일 필리핀 마닐라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9㎜ 권총용 실탄 2발이 발견된 데 이어 지난 16일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5.56㎜ 소총용 실탄 발견 신고가 접수되면서 인천공항의 보안 검색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항공 보안을 자회사에 맡기고 보안검색요원 국가공인 자격 제도가 전무해 관리 소홀과 업무 미숙을 야기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황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한국항공대 교수)은 "미국의 경우 공항에서 근무하는 보안검색요원들을 미국교통안전청(TSA) 공무원 신분으로 엄격히 관리한다"며 "우리는 인천공항공사가 설립한 자회사(인천국제공항보안)에서 경비보안을 맡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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