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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내한 밤베르크 심포니 “독일 속 체코 음색 기대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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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색채가 특징인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가 7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 수석지휘자 야쿠프 흐루샤의 역동적인 지휘 장면. 사진 빈체로

보헤미안 색채가 특징인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가 7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 수석지휘자 야쿠프 흐루샤의 역동적인 지휘 장면. 사진 빈체로

밤베르크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있는 인구 7만의 도시다. 반짝이며 흘러가는 운하, 잘 포장된 돌길과 광장, 예쁜 집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친절과 미소가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이 도시에는 77년 역사의 밤베르크 심포니가 있다. 요제프 카일베르트, 오이겐 요훔 등 거장들의 손길로 큰 악단이다. 2016년 첫 내한 때 노장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95)가 지휘한 베토벤, 슈베르크, 브루크너 등 독일 교향악의 매력은 각별했다.

77년 역사…체코에서 이주한 음악가들 중심 결성 #'보헤미안 색채'…베토벤 등 독일 레퍼토리 해석 명성 #6대 수석지휘자 야쿠프 흐루샤가 드보르자크 등 연주 #29일 서울, 28일 대구 등 공연, 피아니스트 김선욱 슈만 협연

밤베르크 심포니가 29일 예술의전당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제6대 수석지휘자인 야쿠프 흐루샤(41)가 지휘봉을 잡는다. 슈만 피아노 협주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이 주요 곡목이다. 서울 공연 하루 전날인 28일에는 대구콘서트하우스, 30일에는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대신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한다.
 모든 공연은 브루크너 ‘교향적 전주곡’으로 시작된다. 흐루샤 지휘 밤베르크 심포니의 한스 로트 교향곡 1번 음반(DG)에 말러 ‘블루미네’와 함께 수록한 곡이다. 김선욱(34)이 협연하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도 관심을 모은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김선욱과 이 곡을 협연했던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는 연주가 인상적이었다며 “김선욱은 음악에 헌신할 줄 아는 연주자”라고 밝힌 바 있다. 본격적으로 지휘 활동에 나서며 음악의 폭이 넓어진 그의 이번 연주가 기대된다.

야쿠프 흐루샤는 밤베르크 악단의 6대 수석지휘자다. 체코 출신인 그는 "악단의 정체성에 독일과 체코가 공존했던 역사성이 녹아 있다"고 했다. 사진 빈체로

야쿠프 흐루샤는 밤베르크 악단의 6대 수석지휘자다. 체코 출신인 그는 "악단의 정체성에 독일과 체코가 공존했던 역사성이 녹아 있다"고 했다. 사진 빈체로

독일 레퍼토리 해석과 함께, 밤베르크 심포니의 빼놓을 수 없는 정체성 중 하나로 ‘보헤미아 색채'를 꼽을 수 있다. 프라하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던 오케스트라가 악단의 근원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체코에서 독일로 이주한 음악가들이 핵심 단원을 이뤘다. 야쿠프 흐루샤가 체코 출신인 만큼 더욱 뚜렷한 체코의 색채가 기대된다. 흐루샤는 2010년과 2013년 서울시향을 지휘했다. 이번이 세 번째 내한이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밤베르크 심포니의 정체성은 체코-독일이 공존했던 역사적 의식과 독일이라는 뿌리, 이 둘의 결합”이라고 말했다. 체코 필의 부지휘자를 지낸 그는 “밤베르크 심포니와 체코 필은 사촌 같다. 두 악단의 선조들이 프라하에서 함께 1787년 ‘돈 조반니’를 초연했다. 말러 교향곡 7번을 체코 필이 초연할 때 체코 음악가들은 독일어를 구사하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 여기에 베버·바그너·말러·젬린스키·클라이버 등이 프라하에서 독일 오페라를 지휘했다”며, 악단의 역사에 깃든 체코와 독일의 인연을 설명했다. 흐루샤는 “사랑하는 보헤미안 사운드를 가진 독일 오케스트라와 체코 지휘자인 내게 드보르자크 교향곡은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음악”이라고 했다.

인구 1000만에 불과한 작은 나라 체코에서 스메타나, 드보르자크, 야나체크, 마르티누 같은 클래식 음악계에 길이 남을 대 작곡가들을 배출됐다는 건 놀랍다. 음악 분야는 물론 예술 전반에서 체코인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유에 대해 흐루샤는 “카를 4세 황제 시대(14세기) 이후 정치적으로 강력했던 역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밤베르크 심포니의 공연 장면. 28·29·30일 각각 대구·서울·수원에서 공연한다. 사진 빈체로

밤베르크 심포니의 공연 장면. 28·29·30일 각각 대구·서울·수원에서 공연한다. 사진 빈체로

“정치력이 부족하니 창조의 힘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필요성이 대두됐죠. 고통과 절망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승화돼 다행입니다. 음악뿐 아니라 하벨·쿤데라 등 체코의 문학도 뛰어나다고 확신합니다.”

흐루샤는 2017년 작고한 체코의 거장 지휘자 이르지 벨로흘라베크의 제자다. 그는 스승에 대해 “지휘자라는 직업을 사랑했고, 인간적인 따뜻함과 결합된 훈육이 강점이자 능력이었던 분이었다. 지휘할 때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완벽하게 아셨다. 평생 음악을 사랑했던 존재 자체가 영감이었다”고 말했다.

흐루샤는 지휘대에서 음악을 만들어나갈 때 시각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대신 분위기와 인상, 표현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감성이라는 추상적인 상태와, 음악적 구조를 만드는 이성을 결합시켜 음악의 세부와 전체적인 음악을 이끌어간다”고 자신의 지휘 방식을 설명했다.

밤베르크 심포니의 이번 내한공연에서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 빈체로

밤베르크 심포니의 이번 내한공연에서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 빈체로

특히 밤베르크 시민들의 전례 없는 지지를 받아 지휘할 맛이 난다고 했다. "주민의 10%가 음악 애호가로 정기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이라며 “밤베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때도 폭격을 당하지 않은 아름다운 도시다. 거리를 따라 이동하거나 멋진 경치의 언덕에 오르는 일상이 영감으로 다가온다. 차분히 집중하는 삶에서 쌓은 활기를 이번 한국 공연에서 모두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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