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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금 지원설' 온두라스, 대만과 공식 단교…82년 외교관계 끝

중앙일보

입력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교장관(왼쪽)와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소재 댜오이타이 영빈관에서 열린 양국 외교 관계 수립 기념 행사에서 건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교장관(왼쪽)와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소재 댜오이타이 영빈관에서 열린 양국 외교 관계 수립 기념 행사에서 건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온두라스가 중국과 26일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하는 공동 성명에 서명하면서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1941년 수교 이후 82년 만의 단교다. 이로써 대만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가 세계 14곳에서 13곳으로 줄면서 대만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할 전망이다.

AP통신·CNN에 따르면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친강(秦刚) 중국 외교부장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교장관이 ‘양국 관계 외교 수립에 관한 공동 성명서’에 서명했다. 온두라스 측은 전날 성명을 통해 “세계에 단 하나의 중국이 존재하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것을 인정한다”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라고 발표했다. 대만에는 “공식적인 관계나 접촉을 하지 않기로 하며 외교 관계의 단절을 통보했다”고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온두라스와 대사급 외교 관계 수립을 환영한다”며 “대만이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온두라스 정부의 입장을 높게 평가한다”고 발표했다.

대만도 26일 온두라스와의 단교 사실을 확인했다. 조셉 우 대만 외교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만의 주권과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해 온두라스와 외교 관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온두라스 정부는 대만의 오랜 원조와 외교 관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대만 정부로서는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대만 외교부에서는 온두라스 국기가 제거됐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이 지난 24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날 차이 총통이 패배에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이 지난 24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날 차이 총통이 패배에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41년 수교한 대만과 온두라스는 80년 넘게 외교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2021년 온두라스에서 집권한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를 추진하면서 이상 기류가 일었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양국 수교를 기념해 중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온두라스는 2016년 5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집권한 이후 전세계에서 외교 관계를 단절한 9번째 국가다. 대만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전세계 13곳으로 줄었다. 차이 총통으로서는 오는 29일 미국과 중남미 순방 직전에 뼈 아픈 외교적 타격을 맞게 됐다.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과 밀착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도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의 행보가 달가울 수만은 없다.

대만은 이번 단교 배경에 중국의 금전적 약속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대만의 우 외교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중국의 재정 약속에 속은 것”이라며 “온두라스는 외교 관계 유지를 위해 대만 측에 수십만 달러의 지원을 요청했고, 이를 중국 측 제안과 비교해왔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국영 기업을 통해 온두라스 중부의 수력 발전 댐 건설에 3억 달러(약 39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 주재 미 대표부 관계자도 “중국의 약속은 종종 공허하다”며 중국의 자금 지원설에 힘을 보탰다.

중국이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대만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의혹 제기는 처음이 아니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 2019년 솔로몬 제도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을 때 중국이 850만 달러(약 110억원)의 개발 자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대만의 최대 외교 동맹국인 파라과이도 주력 수출 상품인 대두·쇠고기의 중국 수출이 막히는 등 압박받고 있다.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은 작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는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대만이 파라과이에 10억 달러를 투자해달라”고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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