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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인도·태평양' 곳곳서 외친다…후속조치 '뒷심'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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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오는 29일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한국판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대내외에 알릴 외교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지난해 말 정부가 '큰 그림'을 공개한 한국판 인태전략이 올해 본격적으로 순항하려면 전략 이행을 위한 협력 체계와 예산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인태' 회의 줄이어

오는 29~30일 이틀동안 한국은 미국,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와 함께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공동 주최한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1차 회의는 2021년 12월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공동 개회사 뿐 아니라 29일 '경제성장과 함께하는 번영'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세션을 주재한다.

또한 30일 한국은 인태 지역을 대표해 '부패 대응의 도전과 성과'를 주제로 회의를 개최하는데, 지난해 12월 한국판 독자적 인태 전략을 발표한 후 관련 다자 회의를 개최하는 건 처음이다. 이와 관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 "한국이 인태 지역을 대표해 지역 회의를 주최하는 건 한국이 역내 '민주주의 모범국'이라는 국제 평가를 재확인하는 의미가 있다"며 "지난해 발표한 인태 전략 추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5월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한·태평양도서국(태도국) 정상회의가 열린다. 지난해 미국이 워싱턴으로 태도국 정상을 대거 초청한 데 이어, 한국도 미·중 전략 경쟁의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른 태도국 대상 외교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박진 외교부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정부는 이날 인태전략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정부는 이날 인태전략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후속 조치 '뒷심' 관건

이런 가운데 한국판 인태전략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제 사업 및 후속 조치 이행을 위한 예산과 조직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인태 전략 이행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지난달 초 꾸렸고, 외교전략기획관실 산하 5명 규모의 전담팀을 두고 있다. 그러나 북태평양, 동남아·아세안,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유럽·중남미까지 포괄하는 한국판 인태전략을 추진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예산 중에서도 인태 전략만을 위한 직접적인 예산은 없으며,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25억원), 한·태도국 정상회의 준비(120억원) 등 관련 예산만 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인태전략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하는 헤드쿼터(headquarter)가 필요하고 관련 예산도 따라줘야 한다"며 "헤드쿼터는 인태지역 각국과 지역적 차원의 협의 뿐 아니라 정부 유관 부처 및 민간 분야와 '지식' 측면에서 조율하는 두 가지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인태전략의 핵심은 결국 쿼드(Quad) 국가들과의 협력"이라며 "지난해 12월 인태전략의 큰 그림을 발표했으니 이제 정책과 전략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개별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구상을 마련할 때"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24일 국회입법조사처도 "한국의 인태전략이 윤석열 정부의 사실상의 '외교정책 독트린'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실제 이행에 달려 있다"며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임에는 분명하나 전략적 영향력을 갖춘 국가로서의 이미지는 아직 미약하므로, 기후변화, 과학기술, 개발 등 역내 협력 이슈에서 한국이 공공재 제공자로서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4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특징 및 향후 과제' 중 한국의 인태전략 구성 관련 대목. 보고서 캡처.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4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특징 및 향후 과제' 중 한국의 인태전략 구성 관련 대목. 보고서 캡처.

"일본도 시행착오" 

반면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시절인 2016년 이미 인도·태평양 전략을 처음으로 선포한 일본의 경우, 한국에 비해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실현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인태 지역의 다자 질서를 일본이 주도하겠다는 의지 뿐 아니라 2030년까지 인태 지역에 민간 투자, 공적개발원조(ODA) 등 750억 달러(약 98조)의 경제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인태 전략에 버금갈 정도로 구상을 진전시킨 일본도 아베 신조 전 총리 당시 인도태평양 전략을 처음 만든 뒤, 뚜렷한 방향타 없이 기존 사업에 '인도태평양'이라는 이름표만 우후죽순 붙이는 등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한국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고 지름길(shortcut)을 찾으려면 더 늦기 전에 기획, 협력 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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