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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번 돈<국내에 보낸 돈…첫 해외유보금 마이너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기업이 해외에 쌓아놨던 돈, 해외유보금이 지난 1월 들어 줄어들었다. 해외 자회사 등 직접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보다 국내로 들여온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중과세 부담을 줄인 법인세 개편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기업은 해외 자회사의 해외유보소득(재투자수익수입)을 10억6700만 달러 줄였다. 전달엔 15억8200만 달러의 유보소득을 쌓았던 것과 비교된다. 지난 1월 국내 기업이 해외 직접투자로 벌어들인 수입은 53억59000만 달러다. 그런데 실제 국내에 배당한 금액이 64억2600만 달러에 달하면서다. 해외유보소득은 국내에 본사를 둔 기업이 해외 직접투자로 설립한 자회사 등에서 수익을 내고, 국내로 송금하지 않은 돈을 뜻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월간 통계로 봤을 때 해외유보금이 줄어든 건 이번 1월이 사실상 처음이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0년대 후반에 해외유보금이 줄어든 때가 있었지만, 당시엔 해외 직접투자가 흑자가 아닌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990년대는 해외에서 돈을 벌고 번 것보다 더 많이 국내 배당을 한 게 아니라 번 돈이 없을 때”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기존에 해외에 쌓아놓고 있던 돈을 국내로 들여와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올해부터 바뀐 조세체계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올해부터 해외 자회사가 거둬들인 이익을 국내 본사에 배당할 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게끔 법을 개정했다. 이전까지는 해외에서 낸 세금만큼만 빼주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법인세를 내야 했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은 이중과세 부담으로 유보금을 해외에 쌓아놓는 것을 선호했다.

지난해 정부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해외유보소득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투자가 활성화되고 기업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 이렇게 국내로 돌아온 돈이 국내 투자로 이어지면 결국 세수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 유보금은 약 1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당장 세수가 좀 줄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해외에 유보된 자금이 국내로 들어와 투자로 이어지는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는 지난 1월 배당소득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하는 데도 한몫했다. 해외 자회사의 국내 배당이 늘면서 1월 흑자는 56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0년 이후 최대 규모다.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지만, 배당소득수지가 그나마 적자 폭을 줄여준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국내 배당을 크게 늘린 것으로 전해진다. 경상수지 대규모 적자가 나면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달러 대비 원화가격이 떨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당을 통해 기업이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면 환율 안정 효과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보다 먼저 해외 자회사 배당에 대한 과세를 없앤 해외 사례를 봐도 첫해 유보금 감소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은 배당 소득에 대해서 이중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과세 체계를 전환한 2018년 약 1조 달러의 해외유보금액 중 약 77%가 미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역시 2009년 국외배당소득 면제를 도입한 다음 해 해외 내부 보유액의 일본 유입 비율이 95.4%까지 증가했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해외 원천소득에 대한 과세 완화는 전 세계 단위로 사업을 하는 다국적기업의 국내투자를 활성화해 경제성장을 모색할 수 있으며, 세부담을 덜어준다"며 "해외에 유보된 자금의 국내 송금을 촉진해 경기회복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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