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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했더니 월급 깎였어요"…직장인 절반 '육아·출산휴직 눈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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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연합뉴스]

# 직장인 A씨는 임신으로 인해 ‘산전후 휴가’(출산휴가)를 한 달 사용하고 난 뒤 온갖 불이익을 겪어야 했다. 돌연 생산공장 출장을 다녀오라는 지시에 ‘임산부라 장거리 출장은 가기 힘들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그 다음 주에 아예 생산공장으로 인사명령 통지서를 서면으로 전달받았다. 장거리 출근이 불가능한 탓에 육아 휴직 신청을 했지만, 회사는 ‘30일 이전 신청’ 규정을 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국내 직장인 절반 가까이가 육아 휴직이나 출산 휴가 등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녀오더라도 눈치를 보거나 불이익에 시달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현실에서 여전히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5.2%가 ‘육아 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비정규직(58.5%), 5인 미만 사업장(67.1%), 월 150만원 미만(57.8%) 등 노동 약자일수록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비율이 평균보다 높았다.

육아 휴직은커녕 출산 휴가조차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비율도 39.6%로 나타났다. 가족 돌봄 휴가 역시 응답자의 53%가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가족 돌봄 휴가란 자녀·조부모·부모·배우자 등을 질병·사고·노령의 이유로 돌보기 위해 쓰는 휴가로, 1년에 열흘까지 사용할 수 있다.

육아 휴직 등을 사용하더라도 복귀 후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B씨가 재직 중인 회사는 근속연수에 따라 안식 휴가를 주는데, 올해부터 육아 휴직을 다녀온 직원은 제도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직장인 C씨도 육아 휴직 복귀 후 6개월이 되도록 제대로 된 보직을 받지 못하고, 급여도 육아휴직 이전과 비교해 깎여버렸다. 이외에도 ▶일방적인 휴가 일수 조정 ▶임신 기간 근로시간 단축 요청 거절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모두 직장갑질119에 실제 상담이 들어온 사례들이다.

직장갑질119 장종수 노무사는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 일·생활 균형의 기본이 되는 법상 제도 사용마저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이고, 출산·육아·돌봄 휴가를 확대하는 한편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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