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SVB 사태로 갈팡질팡? 긴축하면서 돈도 퍼붓는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3.27

📈e-Data 스토리

금리의 역설

미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파이팅을 시작한 2022년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은행 종목이 관심주로 떠올랐습니다. 고금리 시대엔 현대 경제의 대표적인 채권자인 시중은행이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소박한 기대심리’ 때문이었습니다.

고금리 복음은 두 가지입니다. 인플레를 잡아 시중은행이 받을 돈의 미래 가치 하락을 막아줍니다. 대출 금리를 오르게 해 예금과 대출 금리 사이 차이를 키워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1년 정도 흘렀습니다.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나 다름없는 0.25%에서 5%(상한 기준)까지 가파르게 끌어올렸습니다. 통화긴축 초기 미 시중은행 순이익이 늘어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지역 중견 은행이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간접적인 파장이지만 대서양 건너 유럽 대륙에선 크레디트스위스가 땡처리됐습니다. 독일 도이체방크가 불신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시작했습니다.

사태의 중심에 금리가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금리라는 양날의 칼이 시중은행 내부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미국의 파산은행 대차대조표를 현미경으로 살펴봅니다.

선택의 순간이었다. 지난 3월 21~22일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제롬 파월 의장 등의 앞에 놓인 카드는 두 개였다. 인플레이션 vs 은행 위기. 파월 등이 뽑아 든 카드는 인플레이션이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5%에 이르게 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예상대로다. 중앙은행가들은 ‘발등의 불’과 ‘잠재 위협’ 가운데 발등의 불을 먼저 끄는 성향을 보인다”고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칼럼니스트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여기서 발등의 불은 인플레이션이다. 잠재 위협은 은행 위기다. “불행하게도 중앙은행가의 선택과 경제 현실 사이에는 시차가 발생한다”고 울프는 덧붙였다. 중앙은행가들이 발등의 불을 끄는 사이 잠재 위협이 추악한 모습을 드러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