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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안드는 사회복무도 "못하겠다"…대법, 두번째 판단 끝 유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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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사회복무 요원으로 근무하던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출근하지 않은 것은 병역법 위반이라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군사훈련을 수반하지 않는 사회복무 요원의 복무 거부는 병역법상 ‘정당한 복무 이탈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보고 “무죄 판결을 파기해 대전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2018년 12월 같은 사건에 대해 무죄로 본 대법원 판단이 재상고심을 거쳐 다시 뒤집힌 것이다.

A씨는 신체검사 결과에 따라 기초군사훈련을 면제받은 뒤 2014년 6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사회복무 요원 복무를 시작했다. 소집해제를 6개월가량 남겨둔 2015년 12월부터 계속해서 출근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당시 병역법에 따르면 사회복무 요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A씨는 “병무청장 관할의 사회복무 요원 신분으로 복무한다는 것이 군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심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6년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익목적에 필요한 행정업무 등의 지원 업무에 복무하는 것이 종교적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2017년 2심 재판부 역시 판단을 바꾸지는 않았다.

반전이 일어난 건 2018년이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가 A씨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례를 바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라 A씨 사건에도 영향을 줬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전합 판례를 인용해 A씨가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를 한 것은 아닌지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사건을 넘겨받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20년 10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군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어떤 복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종교적 신념의 표현에 일관성과 진실함, 확고함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또다시 상고했고, 대법원은 5년 전과는 다른 판결을 내놨다. 2018년부터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병역법 위반 사건들에 무죄를 선고하고는 있지만, A씨처럼 사회복무 요원이 종교적 이유로 복무를 이탈하는 건 다르게 들여다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공익목적의 사회서비스업무 및 행정업무 등의 지원을 하는 사회복무 요원에게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지 않는 복무를 강제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의 경우 신체검사결과에 따라 군사교육소집 대상자에서 제외돼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강요받지 않은 상태였다. 사회복무 요원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곳은 병무청이 아니라 소속기관장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은 “병역법상 복무 이탈이 허용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복무 요원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복무 이행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2020년 도입 대체복무 거부 사례도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2020년 10월 26일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 입교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2020년 10월 26일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 입교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2020년부터는 종교적 신념 등으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대체복무가 허용되고 있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제도 도입 초기인 현재 대체역 심사를 통과한 대체복무요원은 교정시설에서 36개월간 합숙하며 각종 업무를 맡는데,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복무 기간이 길고 가혹해 징벌적 성격을 띤 차별”이라는 목소리를 낸다. 실제로 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대체복무를 거부해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징벌적인 현행 대체복무제는 위헌이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병역법상 입영 기피가 허용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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