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가 주무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때문에 지난 21일, 24일 수원지법 법정에선 예민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검찰이 양일에 걸쳐 재판부에 “증인신문 속기록이 공개로 외부 세력이나, 제 3자에 의해 증언에 영향을 받게 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수 있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도 “소송 관련 서류가 그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재판에 부적절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자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는 “우리 법무법인은 조서를 민주당에 전달하지 않았지만, 대북송금 사건 담당 변호사에게는 조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자 현재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경기 성남시 중원구 출마설이 도는 현근택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뭐 때문에 여의도의 말이 수원을 뒤흔들었을까.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건 뇌물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부지사의 증인 신문 녹취록 일부다. ‘가짜뉴스 생산과정’이라는 글과 함께 이 대표는 지난 1월 있었던 이 전 부지사 재판의 증인신문 녹취록 사진을 첨부했다. 지난 1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던 A씨가 “지난 증인 출석 때 김성태 회장과 이 대표가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매우 곤혹스럽다”“둘의 친분은 들은 이야기”라고 답변한 내용이었다. 형사소송법상 재판 속기록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만▶비용을 부담하고 열람·등사 할 수 있다. ‘재판 기록 유출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지난 22일 이 글을 삭제했다.
재판에는 줄잇는 친명 정치인
이 전 부지사가 재판에 심심찮게 친이재명 정치인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부르는 것도 여의도와 수원의 동기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지난 21일 재판에도 친명 정치인들이 대거 증인석에 섰다. 이들은 “(방북 공문은) 의례적인 것인데 (검찰이) 과도하게 해석한다(이종석 전 통일부 장광)” “이재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지사직 상실 위기인 상태였는데 방북이 가능하냐(이재강 2대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이 전 부지사의 모르쇠를 뒷받침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전 장관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였을 때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이재강 전 부지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후임자였다. 이재강 전 부지사는 경기도 의정부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당 대표는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총선 출마했다가 낙선했다고 했다. 민주당으로 출마했나? 현재도 당적을 유지하고 있나”(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 변호인)
“네 그렇다.” (이재강 전 부지사)
“증인(이종석),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일했나”(검찰)
“도와준 건 사실이다”(이종석 전 장관)
검찰관계자는 “이종석 전 장관은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캠프에 소속됐던 분이고 이재강 전 부지사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정부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이 대표의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사실상 재판 개입”
검찰관계자는 “증인들이 이재명 대표가 자신들의 증인신문 조서를 입수해서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언했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며 “조서가 낱낱이 공개돼 (증언이) 검증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증인들을 법정에 불러오기 힘들뿐더러 나온다고 해도 증언은 위축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계에서도 유사한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경기도 사업을 위한 것이면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도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페이스북에 해당 재판 녹취록을 올렸다는 것은 ‘내가 이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또는 내부적으로 이 사건 자료를 받아 사실상 도모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보수 시민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은 지난 22일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재판 기록을 공개한 이재명 대표와 이재명 대표에게 이 자료를 제공한 성명불상자를 처벌해 달라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열람 등사한 서류(유출)에 대해서만 처벌 조항이 있고, 법원의 서류에 대한 별도 처벌 조항은 없다”고 했지만 일각에선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자료 유출에 따른 변호사법상 징계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