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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아지트'도 찾아낸 이들인데…화력 약해진 '169석 거야'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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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퇴행, 굴욕외교. 지금 즉시 중단하라!”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문제를 다루는 더불어민주당내 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2일 당 대표실에서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재명 대표의 모두발언에 이어 고민정 윤석열 정권 외교참사·거짓말 대책위원장, 김상희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장, 이인영 평화안보대책위원장, 위성곤 후쿠시마오염수방출저지대응단장 순으로 정부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對일본 굴욕외교 저지 연석회의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對일본 굴욕외교 저지 연석회의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슈가 터질 때마다 민주당이 관련 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면서 연출된 풍경이다.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표 취임 후 당내에서 가동되고 있는 위원회만 20여개인데, 대부분 정부·여당 규탄용이다. 3월에만 대일굴욕외교대책위를 포함해 7개의 위원회가 새로 출범했다. 대일 관련 4개 위원회가 모여 연석회의를 연 이날 오후에도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 산하에 민생 4대 폭탄 대응단이 설치됐고, 물가·금리·부동산·고용 등 분야별로 4명의 단장이 추가로 선임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처럼 각종 위원회가 양산되고 있지만, '한 방'이 안 보이는 게 169석 거야(巨野)의 고민이다. 위원회 대부분이 언론 보도를 통해 특정 이슈가 논란이 된 이후에야 대정부 공세 차원에서 신설되는 식이다. '정순신 검사특권 진상조사단'도 언론 보도로 정 변호사 아들의 과거 학폭 문제가 드러나면서 7일 꾸려졌다. 지난달 26일 출범한 김기현 의원 땅투기 및 토착ㆍ토건비리 의혹 진상조사TF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관련 공방이 벌어지자 민주당이 김기현 대표와 악연인 황운하 의원을 단장으로 투입했다.

위원회 활동도 기자회견을 통한 정부 규탄이나 검찰 항의 방문 등이 주를 이룬다. 당내에선 야당의 한계를 거론한다. 정부 대응 규탄 TF 소속의 한 의원실 보좌진은 “자료를 요구해도 대통령실 등은 관련 내용이 없다거나 공개할 수 없다면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2012년 12월 12일 서울 역삼동 스한 오피스텔에서 대기중인 민주통합당 관계자들. 중앙포토

2012년 12월 12일 서울 역삼동 스한 오피스텔에서 대기중인 민주통합당 관계자들. 중앙포토

그러나 과거 야당 시절 민주당은 달랐다. 제보를 바탕으로 현장을 파고들어 이슈를 생산하곤 했다.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2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고의 접촉사고까지 내며 국정원 직원의 아지트를 찾아낸 게 대표적이다. 댓글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정원 직원의 차량을 쫓아 오피스텔까지 찾아간 뒤 호수를 알아내기 위해 그 직원의 차량을 들이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을 35시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감금한 혐의로 민주당 의원들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0월엔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려 비공개 TF를 운영 중인 사실을 공개하고 한밤중에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시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을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관련 위원회를 이끌었던 도종환 의원은 중앙일보에 “언론을 따라갈 게 아니라 우리가 앞장서서 기삿거리가 되게 끌고 갔다”며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쪽으로 제보가 많이 들어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2015년 10월 25일 당시 국회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 외국인 장학생회관 앞에서 “이곳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담당하는 비선조직인 교육부 태스크포스(TF)팀 있다”고 주장하며 진입하려다 실패했다. 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유은혜·도종환 의원, 정의당 정진후 의원. 중앙포토

2015년 10월 25일 당시 국회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 외국인 장학생회관 앞에서 “이곳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담당하는 비선조직인 교육부 태스크포스(TF)팀 있다”고 주장하며 진입하려다 실패했다. 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유은혜·도종환 의원, 정의당 정진후 의원. 중앙포토

당내에선 민주당 의원 다수인 초선들이 여당 시절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을 약한 화력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민주당 초선의원은 전체 169명 중 81명으로 절반(47.9%)에 육박한다. 여당 의원들은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데 주력하다 보니 여당 생활이 길어지면 ‘웰빙정당’이라는 비판도 받게 된다. 야당 경험을 갖춘 보좌진들이 여당 시절 기업이나 정부·지자체 등으로 옮겨가면서 새로 충원된 보좌진들의 경험 부족도 지적된다.

당내 위원회에 여러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는 또 다른 중진 의원은 “3선 이상만 돼도 여야를 번갈아 해봤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하다”며 “다선 출신들로 구성된 지도부가 어떤 이슈로 당을 어떻게 운영해나갈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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