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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與 전당대회 고소·고발은 아직 진행 중

중앙일보

입력

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대표와 경쟁자였던 안철수(왼쪽) 의원,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대표와 경쟁자였던 안철수(왼쪽) 의원,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당내 화합은 화합이고, 고소는 고소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후보들이 소송전을 이어가는 것과 관련해 한 캠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8일 1차투표에서 과반(52%)으로 당선된 뒤,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13일)과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14일)를 연달아 만나 화합과 협력을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부터는 당이 화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총선 승리를 위해 원팀으로 가자”는 말을 나눴다. 하지만 물밑에선 경선이 끝났음에도 고소·고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안철수 의원 측은 22일 정부과천종합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고소 건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안 의원 측은 이달 초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행정관들이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서 김기현 대표를 지지하고 안 의원을 비방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올렸다는 보도가 나온 뒤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했다. 안 캠프 측 김영호 변호사는 이날 조사를 받으며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및 행위에 가담한 행정관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 수색까지 촉구했다고 한다.

지난 7일 오후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 캠프의 김동국(왼쪽부터), 김영호, 이종철 대변인이 정부과천종합청사 민원실 앞에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행정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일 오후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 캠프의 김동국(왼쪽부터), 김영호, 이종철 대변인이 정부과천종합청사 민원실 앞에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행정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 일각에선 안 의원이 전당대회 이후 화합의 의미로 대통령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직권남용의 경우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어차피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소를 취하하는 정치적 제스처를 취할 것이란 예상이었으나, 안 의원 측은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캠프 관계자는 “당내 화합을 위한 역할은 역할대로 하겠지만,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이라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는 안 의원의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인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김 후보의 울산 땅 투기의혹 관련 수사의뢰서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인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김 후보의 울산 땅 투기의혹 관련 수사의뢰서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후보자와 대통령실과의 송사에 당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안 의원이)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진욱 공수처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만큼, 총선을 앞두고 해당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기현 대표 측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 대표 측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김 대표의 울산 땅 의혹 사건을 울산지방경찰청으로 배당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선거 중이던 지난 2일 자신의 울산 땅 투기 및 KTX 노선변경 특혜 의혹을 해소해달라며 국수본에 ‘셀프 수사의뢰’를 했는데,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또 당시 김 대표는 해당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 전 대표와 이를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안철수 의원, 황운하·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 측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소 취하 없이 끝까지 간다”며 “(의혹이) 허위사실이거나 허위사실에 준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들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도 확실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같은 당 소속인 안 의원과 황 전 대표에 대해서는 공개 사과 등 정치적 책임까지만 묻겠다고 한다. 김 대표 측은 “민주당은 이를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가려는데, 빠른 수사로 이 문제를 정확하게 털고 가야 한다는 것이 내부 의견”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황교안 당시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전광훈 목사 고소 등 현안에 대해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황교안 당시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전광훈 목사 고소 등 현안에 대해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전 대표도 전당대회 기간 극우 성향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현재 서울 종암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한때 ‘태극기 브라더’로 불리며 황 전 대표의 든든한 우군을 자처했던 전 목사가 전대 과정에서 황 전 대표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황 전 대표가) 공천 대가로 5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한 걸 문제 삼았다. 황 전 대표는 “단순히 말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 정확하게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이 과열되면서 후보 간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하지만, 통상 경선이 끝나면 이를 취하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번엔 그 양상이 다른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경선이 끝나고 함께 뛰었던 후보들끼리 권력에 대한 타협과 조정이 필요한데 이번엔 그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양 측이 고소·고발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향후의 정치적 카드로 들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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