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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싸움에 등터진 이 남자…청문회 끌려간 틱톡 CEO 정체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TikTok CEO 추쇼우즈. 싱가포르 출신 40세. AFP=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TikTok CEO 추쇼우즈. 싱가포르 출신 40세. AFP=연합뉴스

"틱톡의 시간은 끝나간다. 적어도 미국에서의 시간은."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랜디 웨버는 틱톡 최고경영자(CEO) 추쇼우즈(周受資) 앞에서 대놓고 이렇게 단언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열린 틱톡 관련 청문회에서다. 1983년생으로 만 40세인 추 CEO는 이날 청문회에서 진땀을 뺐다. 그가 물을 한 모금 들이켤 때마다 목이 타는 그의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서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미국 여당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의 갈등의 골은 한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깊고 넓지만 이날 청문회에서만큼은 여야가 한목소리로 틱톡을 질타하고 나섰다. 그 십자가를 진 것은 추 CEO다.

중국에 뿌리를 둔 글로벌 숏폼 플랫폼 틱톡은 미중사이 외줄타기를 오래 해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 뿌리를 둔 글로벌 숏폼 플랫폼 틱톡은 미중사이 외줄타기를 오래 해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청문회의 핵심은 중국에 뿌리를 둔 틱톡과 그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등을 빼돌리지 않는냐는 의심이다. 추 CEO는 중국인이 아니라 싱가포르인이다. 틱톡이 그를 간판으로 내세운 것은 영리하다면 영리한 묘수다.

틱톡과 바이트댄스를 창업한 장이밍(張一鳴)은 지난해 CEO 등 모든 핵심 임원직을 내려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틱톡은 미중 갈등의 아이콘 중 하나였다. '숏폼'으로 불리는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전 세계에서 10~20대를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틱톡 사용자들의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틱톡은 이에 따라 장이밍의 사임 및 본사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로 옮기는 등 나름의 올리브가지를 내미는 화해 시그널을 보내왔다.

추 CEO는 이런 맥락에서 보면 틱톡에겐 최선의 선택지다. 중국계로 중국의 DNA를 갖고 있지만,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영어권 문화에도 익숙하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등의 화려한 스펙도 갖췄다. 골드만삭스 등 유명 투자은행에서 일한 이력도 있다. 아시아에서 태어나 유럽과 미국으로 반경을 넓혀온 인생이다. 어찌보면 추 CEO 본인이 틱톡과 비슷한 스펙인 셈.

틱톡의 아버지 격, 장이밍(張一鳴·38) 바이트댄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2020년 방미 당시 사진이다. 로이터

틱톡의 아버지 격, 장이밍(張一鳴·38) 바이트댄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2020년 방미 당시 사진이다. 로이터

그러나 추 CEO는 이날 청문회에서 완패했다. 미국 여야 베테랑 정치인들의 질문 공세를 홀로 받아내야 하는 처지라 어찌보면 추 CEO 본인도 예상하고 감내하겠다고 들어섰을 자리다. "틱톡이 미국의 민주주의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공화당 의원)부터 "중국 정부가 사용자 정보에 액세스를 하지 않았으리라는 추 CEO의 말은 어처구니가 없다"(안나 에쇼 민주당 의원) 등, 말의 화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추 CEO의 화법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중국 정부가 틱톡 사용자들의 정보를 요청했다는 근거가 내겐 없다"거나 "텍사스 서버로 미국인 사용자 정보를 이전하는 프로젝트가 끝난다면 중국 직원은 미국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는 답변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정보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지 못하고, 사용자 정보 이전 프로젝트가 아직 진행 중인 지금은 접근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는 답변들이기 때문이다.

23일 밤 미국 방송은 추 CEO 관련 뉴스와 풍자로 가득했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지미 펠런 쇼에선 "추 CEO는 아마도 '으악'이라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틱톡 플랫폼을 사용하는 미국인 숫자는 약 1억500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CNBC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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