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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법카, 지인이 썼다고 해달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32호 12면

이화영(左), 김성태(右)

이화영(左), 김성태(右)

“형님과의 의리를 저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받은 쪽지를) 찢어버렸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내가 법인카드를 실제 사용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달라”는 옥중 쪽지를 받은 뒤 폐기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24일 쌍방울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달 초 검찰 조사 과정에 이 전 부지사가 구치소 안에서 작성한 쪽지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로부터 받은 법인카드를 본인이 아닌 30여년 간 알고 지낸 여성 지인 A(49)씨가 사용한 것으로 하자는 내용 등이 담긴 쪽지였다고 한다.

A씨는 1990년대 초반에 국회에서 비서로 근무하며 당시 보좌관이었던 이 전 부지사와 연을 맺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2006년 이끌었던 참여정부평가포럼의 간사로 활동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캠프에도 참여한 정당인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공소장에 이 전 부지사가 2020년 9월~2022년 8월 A씨 이름을 쌍방울 직원으로 올려놓고 급여 명목으로 7100여만원을 받았고 2021년 9월 쌍방울에서 A씨의 명의로 법인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김 전 회장은 해당 쪽지를 수용 생활 도중 다른 수용자를 통해 건네받았다고 한다. 이 수용자는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 김성태 회장님이시죠”라고 묻고 “이 전 부지사가 전해달라고 했습니다”라며 쪽지를 은밀하게 김 전 회장의 손에 쥐여줬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의 측근 인사는 “회장님이 이화영이 준 쪽지를 고심 끝에 그간 의리를 지키려고 찢어 폐기했다고 했다”며 “형님으로 따른 이 전 부지사가 말 맞추기를 시도했다고 흠집 나는 게 내키지 않아 없애버렸는데, 대질 조사에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화가 나 쪽지를 폐기한 사실을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실제로 쪽지에 담긴 의도를 법정에서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4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20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방용철 전 부회장에게 직접 법인카드를 건네받아 내가 썼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운전도 안 하는 분이 어떻게 새벽 시간에 영종대교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을 수 있느냐”며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지만, A씨는 “이 전 부지사가 출장을 갈 때 따라가 넣어줬을 수 있다”며 이 전 부지사를 거들었다.

이날 법정에선 이 전 부지사가 구치소 밖에서도 김 전 회장 측을 회유하려고 시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은 “회장님 검거 날 재판이 열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전 부지사가 회장님에게도 (구치소 안에서) 내용을 전달했으니 법인카드를 A씨가 쓴 걸로 하자는 메모를 적어 보여줬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또 “지인이 운영하는 양복점을 이 전 부지사에게 소개하고 이후에 몇 번 가서 옷을 맞춰 입으면 내가 가서 결제하거나 가지고 계신 법인카드로 결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A씨가 법정에 나와 자기가 양복점 결제도 했다고 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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