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과 쇠퇴, 위기와 회복…300여년 중국 현대화 여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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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호 20면

현대 중국의 탄생

현대 중국의 탄생

현대 중국의 탄생
클라우스 뮐한 지음
윤형진 옮김
너머북스

『현대 중국의 탄생』(원제 Making China Modern)은 독일의 대표적 중국사학자 클라우스 뮐한(63) 체펠린대 총장의 역작이다. 그는 미국의 중국사 연구 대가 존 킹 페어뱅크(1907~1991) 전 하버드대 교수, 명나라 말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를 다룬 『현대 중국을 찾아서』로 명성을 떨친 조너선 D 스펜스(1936 ~2021) 전 예일대 석좌교수의 계보를 이을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학자다.

1936년 하버드대 교수로 부임해 무려 55년간 재직했던 페어뱅크는 서구인이 쓴 중국사 중에 첫손에 꼽히는 『신중국사』로 유명하다. 이 책은 중국 대륙의 구석기시대부터 1989년 6·4 천안문사태까지를 통시적으로 다루면서도 주요 사건을 흥미롭게 서술했다. 2009년 ‘페어뱅크 상’ 수상자이기도 한 뮐한의 이번 저서는 페어뱅크가 1991년 타계 직전 완성한 『신중국사』의 서술 방식을 닮았다.

뮐한은 1644년 청나라 건국부터 시진핑 1기(2013~2017)까지를 서술 대상으로 삼았다. 서문에서 밝힌 대로 그는 현대 중국의 형성을 설명할 수 있는 장기지속의 역사로 제도, 즉 합의된 질서의 연속성을 중시하고 주목했다. 저자는 현대 중국 만들기를 부와 권력으로 가는 길에 있던 제도적 약점과 기능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말하자면 거의 3세기에 걸친 중국의 번영·쇠퇴·위기·회복을 분석하면서 저자는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중국의 독특한 제도에 대한 역사적 연구에 집중했다.

1985년의 중국. 최근 중국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과 달리 당시 한 자녀 정책을 찬양하는 내용이 큼직한 광고판에 담겼다. [사진 너머북스]

1985년의 중국. 최근 중국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과 달리 당시 한 자녀 정책을 찬양하는 내용이 큼직한 광고판에 담겼다. [사진 너머북스]

저자는 30, 40년 전에 쓰인 중국사들의 한계를 지적하며 최신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 새로 쓴 중국 현대사 개설서로 평가할만한 이 책을 받아든 독자라면 무엇보다 방대한 규모에 놀랄 것 같다. 본문만 790쪽이다. 책은 1~4부로 나뉘는데 각 부의 시작과 끝에  저자의 압축된 시각을 배치해 독자들이 요약된 메시지를 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 1부 ‘청의 흥망’은 1644~1900년을 다룬다. 가장 강하고 부유했던 유라시아 제국의 영광스러운 시대를 개관한다. 효율적인 행정조직, 과거제, 자유시장 체제 등 정교한 제도는 제국의 번영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1830년 이후 제도적 실패, 군사적 붕괴, 경제위기로 인해 제국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해 굴욕의 세기를 맞는다.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라던 중화 질서는 빠르게 재편됐다.

이후 1949년까지가 2부 ‘중국의 혁명들’이다. 만주족의 청나라가 무너지고 한족의 공화운동 끝에 1911년 신해혁명으로 1912년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이 탄생한다. 1919년 5·4운동은 중국을 잠에서 깨웠다. 1928년 난징을 수도로 한 민국시대 10년간 국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도시화와 중국적 현대화 노력이 벌어진다. 하지만 전쟁과 내전은 제도 개혁을 방해했고 중국은 지체됐다.

3부 ‘중국 개조하기’는 1949~1977년이 배경이다.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중국공산당이 세운 신중국은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중국 사회를 대대적으로 개조한다. 토지개혁과 농촌의 집단화가 이뤄진다. 하지만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재난의 상처를 남겼다.

4부 ‘떠오르는 중국’은 1978~2017년의 경제 부흥을 다뤘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극좌 모험주의 노선에서 탈피해 실용주의적 개혁·개방 노선을 천명하고 경제 제도를 혁신했다. 1989년 6·4 천안문 사태의 내홍을 겪었지만, 정치 안정을 통해 초고속 경제 성장을 구가한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은 ‘위대한 중화민족 부흥’과 ‘중국몽’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불평등·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국제사회에서 중국 위협론이 제기됐다.

이 방대한 책의 번역자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윤형진 교수. 그와 전화로 문답을 나눴다.

이 책에 소개된 최신 연구 사례는.
“의화단의 난(1900년) 진압 이후의 약탈에 대해 8개국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독일 지휘관 알프레트 폰 발더제의 기록을 인용(243쪽)했다. 5·4운동에 영향을 준 요소를 설명하면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와 함께 소련의 ‘평화 포고’를 인용(308쪽)했다. 광저우·톈진 등 조약 항에서 일어난 변화가 1980년대 경제특구의 선구라고 시사(161쪽)한 것도 흥미롭다. 청나라 말기의 회복력을 강조하면서 다른 육상 제국들과 달리 중국만이 기존 영토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기에 진입했다는 해석(265~266쪽)도 주목할만하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균형 잡힌 시각이 이 책의 미덕이다.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긴밀하게 서로 연결되고 중국의 비중이 커진 세계에 살고 있다. 중국의 문제가 곧 세계의 문제이고, 어느 때보다 중국과 함께 살아가기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청 제국에서 시진핑까지’(From the Great Qing to Xi Jinping)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수백 년의 역사 속에서 지금의 중국을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다. 중국공산당의 권력 투쟁이나 경제 정책에 주목하는 단기적 시각이 아니라, 긴 역사 속에서 형성됐고 지금도 변화하는 사회로서 중국을 깊이 이해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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