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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자치 실종부터…‘능력주의’ 비판까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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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호 21면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와이즈베리

“최고의 정부는 가장 적게 통치하는 정부다.” 이 책의 저자가 지적하듯, 언뜻 들으면 프리드먼 같은 자유지상주의 경제학자나 1980년대 미국 공화당의 레이건이 했을 법한 얘기 같다. 한데 1830년대에는 잭슨주의 민주당원들의 생각이 이랬다. 당시 인프라 건설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장한 것은 오히려 휘그당이었다. 민주당은 이에 반대했는데, 정부의 경제 개입이 부자나 권력자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금과 사뭇 다른 논쟁 구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과 휘그당 모두 자치를 위해 기본적 소양을 갖춘 시민의 양성을 경제 분야에서도 중시한 점은 같았다. 자유의 개념과 시민의 자치를 별개로 보고 경제 화두를 지금처럼 ‘성장과 분배’로만 압축하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다.

이 책은 독립 초기 제퍼슨과 해밀턴의 논쟁을 시작으로 미국 역사에서 시기별로 정치 철학과 경제 정책의 중요한 생각들이 어떻게 나온 것이고 그 무게 중심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대기업과 소상공인, 시민과 소비자 등 지금의 논점과도 이어지는 내용들이 여러모로 흥미롭다. 물론 저자의 관심은 자유주의든 공화주의든 그 변천 자체를 짚는 일이 아니다. 개정판 서문에 밝힌 대로 그는 지금 민주주의의 문제를,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불만을 자치의 상실과 공동체의 붕괴라는 두 초점으로 바라본다. 저자가 공공선과 공공철학을 강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중요성을 도덕적으로 강변하는 대신 역사적으로 여러 논쟁과 주장, 제도와 법규의 변화를 통해 생생히 드러낸다.

이 책은 1996년 초판 이후 지난해 새로 나온 개정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저자는 초판의 헌법 얘기는 아예 빼버리고 정치·경제에 집중했다. 책의 마지막은 21세기 얘기로 이어진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특징으로 세계화, 금융화, 능력주의를 꼽는 저자는 이 모두를 비판한다. 특히 금융의 비대화에 따른 폐해는 물론 이와 관련해 클린턴과 오바마에 대해서도 아주 신랄한 비판을 내놓는다. 원제 Democracy’s Dis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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