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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다움’의 편견을 깨뜨리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32호 21면

완벽한 피해자

완벽한 피해자

완벽한 피해자
김재련 지음
천년의상상

김재련이라는 이름은 ‘여성 인권’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지난 20여년간 성폭력·가정폭력 관련 1000여 건의 변론을 맡으며 구축한 브랜드다.

명문 의대생 성추행 사건, 한국사회에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중도 사임),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가 미약하고 돈이 없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변론도 적극적으로 했다. 무려 600여 건이 무료법률구조 활동이었을 정도다.

이 책은 이런 경험을 통해 그가 대면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책 제목이기도 한 ‘완벽한 피해자’에 대한 허상이 대표적이다. 나이트클럽 가고, SNS에 웃는 사진을 올리고, 가해자와 다시 만나는 등 피해자다움에서 한 치만 벗어난 행동을 해도 사람들은 피해자를 탓하거나 아예 믿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이런 편견을 하나하나 깨나간다. 가해자 상황은 이해하려 하면서 피해자에겐 증명을 다그치는 가해자 중심주의 대신 피해자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은 뒤 앞뒤 맥락을 꼼꼼히 살피는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한다. 생생한 현장 이야기 덕분에 읽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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