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해 55용사’ 첫 호명…대북 억지력 강화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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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7호 34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 수호 55용사의 이름을 모두 부르기 전에 울먹이고 있다. 가운데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 수호 55용사의 이름을 모두 부르기 전에 울먹이고 있다. 가운데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연합뉴스]

윤 대통령 첫 기념식 참석, 북한 도발 경고

천안함 음모론 종식하고 영웅들 예우해야

북은 연일 핵위협…한·미공조 더욱 다져야

어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은 그 어느 해보다 각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서해 수호 55용사의 이름을 5분여간 ‘롤 콜’(Roll Call) 방식으로 일일이 호명했다. 서해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북한의 도발’이라고 못 박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이 있을 경우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서해 수호의 날은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희생된 55명의 용사(한주호 준위 포함)를 추모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월 제정했다. 2016년 박 대통령이 처음 참석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2019년엔 현직 대통령이 불참했다. 북한 눈치를 보며 희생자들을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0년과 2021년 당시 문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북한의 도발을 명시하지 않았고 평화와 대화를 역설해 논란이 됐다. 2020년 3월 평택 제2함대에서 열린 기념식 때는 천안함 폭침으로 막내아들(고 민평기 상사)을 잃은 윤청자 여사가 문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이냐”고 따져 묻는 일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기념식에서 소모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55용사의 이름을 부르려다 30여초간 목이 메어 울컥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기념사에서 ‘북한의 도발’이란 표현을 여섯 차례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은 연평해전·대청해전·연평도포격전 등 수많은 북한의 무력 도발로부터 북방한계선(NLL)과 우리 영토를 피로써 지켜냈다”며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정부의 미온적 인식과 거리를 두었다.

최근 북한은 핵 무력을 강화하고 각종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면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상·공중·수중에서 실전에 대비한 핵 사용 연습에 혈안이다. 특히 어제는 서해수호의 날에 맞춘 듯 북한 매체가 핵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을 공개했다. 핵 탑재 플랫폼을 다변화했다는 의미인데, 천안함 폭침 이상의 무력 도발이 가능해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날로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있고 전례 없는 강도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에 맞서 한국형 3축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미,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공고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최근 전술핵무기까지 동원한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되는 시점에 한·미는 확장 억지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다음 달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이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고 응징할 철통 같은 대비책을 마련하는 소중한 기회로 살려야 한다. 정부는 확실한 대응 카드를 제시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조국을 수호한 영웅을 예우하지 않으면 국가라고 할 수 없고 그런 국가는 미래도 없다”고 역설했다. 이날 국가보훈처는 기념식장에 ‘자유를 지켜낸 영웅, 대한민국이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란 글귀를 내걸었다.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영웅을 기리는 데 국가는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여야 합의로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한 것도 그런 이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국론 분열을 가중했던 각종 음모론에도 이제는 마침표를 찍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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