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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트 20회씩 5회 하는셈"…뇌에 휴식 주는 스트레스 해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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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의 건강 효과

저녁 6시, 어스름한 빛이 물드는 두륜산 자락의 고요한 산사에 법고(북)·운판·목어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어 묵직한 타종 소리가 산사를 가득 메운다.
만물이 행복하고 온 세상이 평화로워지기를 기원하는 소리다. 범종의 깊은 공명음이 천년 수령의 느티나무를 감돌며 사그라든다. 법당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예불 소리와 함께 대흥사의 하루가 저문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힐링을 위해 템플스테이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수행자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참선·명상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하루를 여는 새벽 예불을 시작으로
108배와 포행(산책), 발우공양(식사), 다도, 염주·연등 만들기와 같은 시간으로 채워진다. 자연에 둘러싸인 산사에서의 경험이 단순한 휴식을 넘어 치유·위안이 되는 이유는 뭘까.
템플스테이의 건강 포인트를 짚어본다.

번잡한 생각 멈추고 나만의 시간
짧은 체험만으로 스트레스 해소
담백한 사찰음식 위장 부담 덜어

뇌에 깊은 휴식 선사

자연의 맑고 고요함 가운데 위치한 산사는 뇌를 쉬게 하는 공간이다. 철 따라 피고 지는 꽃과 나무를 그저 바라보고,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런 쉼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대흥사 법은 스님은 “예불 소리를 들으며 참선과 108배, 다도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잘 쉬는 방법의 하나”라며 “휴식을 통해 내 안의 나를 발견하는 경험이 종교·언어를 넘어 위로를 주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참선은 번잡한 생각을 멈추고, 지금 내가 자리한 이 순간에 멈추는 것에서 시작한다. 조용히 차를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그 자체도 참선이다. 법은 스님은 “선(깨달음)과 차가 하나임을 뜻하는 선다일미(禪茶一味)라는 말이 있다. 차를 마시는 순간도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사에서의 쉼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뇌에 더 깊은 휴식을 준다. 뇌는 다양한 부위가 함께 네트워크로 작동하면서 신호를 해석하고 처리한다. 이 중 휴식을 취할 때만 활성화되는 뇌 부위의 연합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고 한다. 일하지 않을 때 의식의 초점이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향하기 때문에 가장 초기 상태라는 의미에서 디폴트 모드라고 부른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대조군보다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연결성이 더욱 강화됨으로써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뇌가 더욱 깊은 휴식을 한다는 연구결과(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 2019)가 있다.

뇌를 충분히 쉬게 하는 것은 내 안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법의 하나다. 애플의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고요해지고, 그때 직관이 피어난다”고 했다. 법은 스님은 “사찰에서는 묵언이란 말을 많이 써 붙이는데, 말하는 것을 줄이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좀 더 가져볼 수 있다”며 “남을 흉보거나 나를 과장해 표현하거나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필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아 보면 있는 그대로 내 시간을 보내기 좋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 대항하는 힘 길러

산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명상을 경험한다. 포행(산책)을 하며 걷고 또 걸음으로써 나를 알아차린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예불 시간에는 평화와 깨달음을 기원한다.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처럼 내 마음도 깨끗하게 피어나길 바라며 나와 세상을 밝히는 연등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또 번뇌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길 바라는 마음으로 염주를 만든다.

108배는 하체를 튼튼히 하고 전신의 혈액순환을 도울 뿐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지는 수행법이다. 법은 스님은 “한배 한배를 할 때마다 자신의 몸을 낮추면서 마음도 숙여 보면 참회와 함께 많은 갈등이 사라진다”며 “마음의 운동을 더 하는 108배는 스쿼트로 치면 20회씩 5회를 하는 것과 같으므로 너무 겁먹지 말고 한번 실천해 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산사에서의 여러 명상·신체·지적 활동은 일상에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힘이 있다. 스트레스와 충격 때문에 흐트러진 자율신경계를 조절하고 심신의 이완을 돕는다. 앞서 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팀은 관련 연구에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뇌 전두엽과 두정엽 사이, 또 좌·우반구를 연결해 주는 백질 다발의 연결성이 향상됐음을 뇌 자기공명영상(fMRI)에서 밝혀냈다. 연구팀은 “1~2박의 짧은 체험임에도 뇌를 변화시켜 스트레스에 대한 정신력을 키웠고, 정신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며 “뇌 변화는 체험 후 3개월 후에도 높게 지속했는데 자신에게 맞는 명상법을 일상에서 실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템플스테이의 경험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방법의 하나는 호흡이다. 본격적인 운동 전에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 듯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데도 일정한 공식이 있다. 잡념을 비운 채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기본 자세다. 법은 스님은 “끊임없이 생각이 돌아가는 것을 잠시 멈추는 한 방법은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는 것”이라며 “한 호흡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열까지 세고, 거꾸로 되돌아오면서 한 번 더 호흡을 세 보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간중간 생각이 다른 곳으로 튈 수 있으나 호흡을 통해 제자리로 가지고 오면 된다. 오로지 그 순간 내가 있는 이 자리로 생각을 가져오는 게 수행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소박한 채식 음미하며 속 편안히

수행자의 식사법인 발우공양에서는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수고한 이들과 자연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또 적당한 양만 먹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절제하는 마음으로 건강식을 즐겨보는 경험이 된다.

사찰식에서는 지역의 제철 식재료를 주로 활용하므로 장기간 보관을 거치지 않아 영양소 손실이 적다. 제철 식재료는 자연의 변화에 우리 몸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항산화·항균 물질을 함유해 면역력을 높여준다. 사찰마다 각 지역의 식재료와 약용식물을 활용해 전승해 오는 고유한 조리법·저장법이 있어 독특한 맛이 있다.

자극적인 맛은 더 강한 맛을 찾게 하고 음식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므로 수행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사찰식은 부드럽고 담백하다. 풍미를 위해 버섯·들깨·다시마·날콩 가루 등 천연 조미료를 사용해 위장의 부담을 덜어준다.

식재료의 버리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도 사찰식에 전승돼온 지혜의 하나다. 음식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영양소를 더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과일도 가능하면 껍질째 먹기를 권한다. 실제로 몸에 좋은 과일·채소를 더 영양가 있게 먹는 열쇠는 껍질·뿌리·씨앗에 있다. 이 부위는 싹을 틔우고 영양분을 흡수하며, 외부 환경으로부터 열매를 보호하는 면역 물질이 풍부하다.

템플스테이 다채롭게 즐기기

당일형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고 싶지만 사찰에 하루 동안 머무는 것이 여의치 않은 사람에게 권한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는 잠시나마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보통 참선 체험, 다도 체험, 만들기 체험(연등·염주 등 만들기)을 선택해 참가할 수 있다.

체험형  계절과 참가자 특성에 따라 사찰마다 조금씩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찰 예절, 발우공양, 108배, 연등 만들기, 문화유적 탐방 등을 경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또 사찰 주변의 숲 거닐기, 갯벌 탐사, 야생 녹차 만들기 등 자연환경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이 있다. 전통문화 체험은 추석·설, 연말·연초 해돋이 등 시기별로 다르게 진행된다.

휴식형  사찰에 머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호흡하고 참선과 예불 등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다. 일과 중 예불과 공양, 사찰 안내와 사찰 예절 교육을 제외한 시간에는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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