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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원아 눌러 살해한 원장, CCTV 공개되자 주저앉아 오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9개월 된 원아를 이불로 덮은 뒤 몸으로 눌러 질식해 숨지게 한 60대 어린이집 원장의 범행 모습이 담긴 영상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24일 수원지법 형사15부(이정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의 공판에서 검찰은 당시 어린이집 내부가 촬영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A씨는 피해 아동 B군을 엎드린 자세로 눕힌 채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쿠션을 머리 쪽에 올렸다. 이후 아이 몸 위에서 '플랭크 자세'를 취하며 누르는 장면이 담겼다. B군은 이불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쳤다.

3시간가량 지난 시점에 찍힌 CCTV 화면에서는 이불 속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피해 아동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자 B군의 부모와 지인 30여명은 탄식하며 눈물을 쏟았다. A씨는 검찰이 영상을 공개하기 전부터 오열하다가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에는 피고인석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아예 주저앉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는 A씨가 운영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던 보육교사 C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당시 피고인과 어린이집에 함께 있었다. C씨는 당시 나머지 원아들을 돌보느라 다른 방에 있어 B군의 상태를 살피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재판부는 "보육교사는 자는 아이들 옆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잠을 자는 피해 아동을 데리고 가 다른 원아와 같이 관리해야 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상식 밖의 변명으로 일관하고 자기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다"며 징역 30년에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피해 아동의 친모는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죽고 싶은 만큼 하루하루가 괴롭고 고통스럽다"며 "사과 한 마디 없이 살인의 고의성이 없다고 변명만 하는 피고인에게 최대한의 처벌을 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모두 베트남 국적이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이를 재우는 과정에서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지 않은 과실로 원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해당 과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은 살펴봐 달라"고 변론했다.

재판 내내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A씨는 최후 진술을 하지 않고 큰 소리로 울며 퇴정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0일 경기 화성시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B군을 이불과 쿠션으로 덮은 뒤 자기 상반신으로 B군을 14분간 압박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후 3시간 동안 의식 없이 엎드려있던 B군을 방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선고 기일은 다음달 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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