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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첫 공판, 서훈·박지원 혐의 부인…'은폐' 단어 논쟁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묻으려 하고 월북으로 몰아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들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24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구속)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사건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서 전 실장 등은 지난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후 다음날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국정원과 국방부 직원들에 관련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해양경찰청에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는 허위 발표 등을 하게 만든 혐의도 있다.

“시기 되면 발표하려” vs. “월북 조작, 시간 필요해”  

검찰이 기소 요지 설명을 마치자마자 서 실장 측은 ‘은폐’란 단어를 문제 삼았다. 이석수 변호사는 “공소장에 수차례에 걸쳐 은폐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영원히 알리지 않으려 한 게 아니면 은폐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초대 특별감찰관으로 이름을 알렸던 이 변호사는 이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일하며 서 전 원장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검찰은 “월북을 조작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 사건 실체를 감추고 월북과 관련될 수 있는 내용으로 바꾼 것”이며 그게 은폐란 입장이다. 반면 이 변호사는 “사건을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발표할 것을 전제로 했다”며 “은폐하지도 않았고, 은폐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건) 다음날과 그다음 날 발표 절차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했다.

24일 오전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첩보 삭제 조치도 ‘은폐’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관련 없는 부서 부대에서 열람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고, 삭제되어도 777사령부에 원본이 있다”며 “쉽게 말해 복사본 100부를 만들었다가 그중 70부 정도를 지운 상황인데 마치 뭘 은폐하려 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군 장성 등엔 보안 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의 변호인 소동기 변호사는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의사 결정을 할 지위에 있지 않았기에 보안지시 공모 위치에 있지 않고 보안지시한 적도 없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사건 은폐를 위한 보안유지 지시로 (해경이) 엉뚱한 곳을 수색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해 비상상황 대응 조치와 관련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본다.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 때문에 “국가 안보시스템과 SI(특수 정보) 관리시스템 등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허위성 두고도 공방…“합리적 판단 한 것”

‘자진 월북’ 보도자료의 허위성을 두고도 검찰과 변호인단은 핑퐁을 벌였다. 검찰은 고인이 월북 의사를 표명한 것인지 진의에 의한 것인지 의심되는데도 고인이 신고 있던 게 확실치 않은 신발 등을 근거로 “하루 만에 조사 없이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고 졸속으로 발표했다”고 본다. 서욱 전 장관 측은 “최선을 다해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이며 “월북하려 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사실로 확정된 바 없다”는 주장이다. “정무적·정책적으로 판단한 내용을 많은 시간이 지나서 검찰이 사법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변호사)”이란 얘기도 나왔다.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법원 앞에선 재판을 전후해 이씨의 유족과 보수 유튜버들이 법정으로 향하는 박 전 원장 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31일 열리는 두 번째 공판에선 당시 청와대 NSC 상임위 회의록을 작성한 장모 전 안보전략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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